문 대통령, 美 한미FTA 문제제기에 역공…“제대로 스터디하자”

입력 2017-07-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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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확대정상회담서 양측, 양보없는 설전…주한미군 부담금도 반박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국무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세 번째)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국무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세 번째)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30일(미국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확대정상회담의 막전막후 스토리가 3일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 측을 압박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제대로 따져보자”며 역공을 펼쳤다. 또 방위비 분담금을 두고 ‘무임승차론’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한 데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직접 반박하며 양보없는 설전을 벌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북한 문제는 심도 있게 대화했고 무역 문제는 미국과 한국의 무역협정이 공정해야 한다’고 운을 띄우며 확대정상회담이 통상 문제에 집중되도록 분위기를 먼저 잡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과 관련해 한미 FTA 발효 후 한국에 대한 한 미국의 적자가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하면서 자동차와 철강 분야에서 대표적으로 적자를 봤다며 우리측 대표단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한미 FTA는 양국 간 호혜적인데 문제가 있다면 실무협의를 하면 된다’고 답해 굉장한 긴장감이 돌면서 회담이 시작됐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뒤이어 미국 측에서 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등이 교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기조를 반복하면서 우리 측에 대한 강한 압박을 이어갔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문 대통령이 다시 나서 “한국의 새 정부가 원자력과 석탄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한다고 했는데 미국이 좋은 조건만 맞추면 이를 공급할 수 있다’며 달래는 발언으로 포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FTA 규정이 불합리한 건지, 그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인지는 제대로 스터디를 해봐야 한다”며 “양국이 실무진으로 공동 조사단을 구성해 양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분석해보자”고 역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그 예로 주한미군 주둔비용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문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높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동맹국이자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이라며 “미군 주둔 부지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티스 국방장관도 한국에 와보셨지만, 무려 450만 평에 달하는 평택 기지는 가장 첨단적으로 건설되고 있고 소요비용 100억 달러를 전액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고 직접 역공에 나섰다. 여기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바통을 이어받았다. 전날 만찬에서도 로스 상무부 장관이 제기한 철강과 자동차의 무역불균형에 대해 반박한 장 실장은 “한국은 세관통관에서 미국에게 특별히 차별대우하지 않으며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독ㆍ과점 폐해를 다루는 기관으로 한국과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방어막을 쳤다.

이어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도 “FTA 이후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이 356% 증가했고 시장점유율도 19%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반박했다. 또 중국 철강 제품이 한국을 통해 우회수출돼 미국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회 수출 비율이 2%밖에 되지 않고 중국 철강의 최대 피해국은 오히려 한국이며 한국 시장도 25%나 중국철강에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동으로 대처하자고까지 역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장 실장과 트럼프 대통령간의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장 실장이 굳어진 분위기에 다시 영어로 얘기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오, 와튼 스쿨! 똑똑한 분!”이라고 외쳐 장내에 웃음이 터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장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 인사를 건넨 후 “제 저서가 중국어로 출판예정이었는데 사드때문인지 중단됐다”고 말하자 미국 측 로스 상무부 장관은 “그럼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하라”고 농담했다.

그말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장 실장의 책이 미국서 번역돼 출판되면 미국의 무역적자폭이 더 커질 것”이라며 농담으로 응수하면서 회의장의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우호적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분위기를 이어 “나도 상호 호혜성을 좋아한다. 문 대통령과 좋은 친구가 돼 감사하고 더 많은 성공을 바란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한국은 지금까지 둘도 없는 미국의 안보동맹이었는데 이를 넘어 경제동맹으로 발전시키자”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한미 FTA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돼 내가 자부심과 애착을 갖고 있는데 이 자부심이 양국 관계가 발전해 나가는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에 있어 실리를 얻은 반면 경제문제에서 압박을 당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한미정상회담에서 경제분야의 성과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데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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