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김준경 원장의 진두지휘 아래 준비하던 ‘새 정부 경제정책 50선’ 발표가 오리무중이다. 당초 KDI는 ‘새 정부 경제정책 50선’을 19대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던 3월 말께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왔다.
3일 정부와 KDI에 따르면 김준경 원장은 KDI 박사급 펠로우(Fellow) 50여 명과 함께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 ‘새 정부 경제정책 50선’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김 원장의 제안으로 대선 이전부터 준비된 새 정부 경제정책 50선에는 혁신생태계 조성, 경제민주화·시장질서 확립, 사회통합을 위한 포용적 시스템 구축, 저출산 고령화 대응, 안정적 경제환경 구축 등 5개 분야에서 정책발굴을 진행했다.
연구인력의 면면도 화려할 뿐만 아니라 역대 최고 규모이다. 김 원장의 주도 아래 KDI 박사급 펠로우 인력 60여 명 중 대부분이 참여했다.
정책 선별은 박사급 인력이 우선 100개의 정책을 제안하고 관리자급 연구진들이 다시 50개 정책을 선별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이뤄졌다. 경제정책 내용 역시 당시에는 분야별로 나눠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5개 분야·50개 경제정책을 묶어 한꺼번에 발표하기로 했다.
KDI는 새 정부의 정책제언 50선이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도 그렇거니와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원회가 없이 출범하는 차기 정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때문에 KDI는 발표시점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발표 시기를 3월 말로 잡았지만, 일정을 조율해 4월 중순 ‘상반기 경제전망’ 발표 날과 같이 내놓기로 방향을 바꿨다. 대선을 고려해 한 달 앞당겨 발표하는 ‘상반기 경제전망’과 같이 공개한다는 계획을 잡은 것이었다. 하지만, KDI가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한 지난 4월 18일에서도 ‘새 정부 경제정책 50선’은 없었다.
당시 질의 응답에서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아직 완성이 안 됐다.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발표시기를 대선 이후로 넘겼다. 그러면서 김 부장은 “새 정부가 국정과제를 선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기대했다.
이러한 기대와 달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의의 반응은 싸늘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KDI로부터 새 정부 경제정책 50선과 관련한 내용을 보고 받거나 따로 요청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잘라 말했다.
이같은 기류를 의식한 듯 KDI는 국정위에 공식적인 제안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KDI는 공식적으로 새 정부에 경제정책을 제안하지 못했지만, 여러 자리에서 직·간접적으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조언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새 정부에서 자료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제공할 뜻을 내비쳤다.
KDI 관계자는 “새 정부에 경제정책 50선을 보고하지는 않았지만, KDI와 새 정부 측 인사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 요청이 오면 경제정책 50선과 관련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는 마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