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46. 광덕(廣德)의 처

입력 2017-07-0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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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를 성불하게 한 ‘관음보살의 현신’

광덕(廣德)의 처는 신라 제30대 문무왕(재위 661∼681) 대의 여성이다. ‘삼국유사’ 감통(感通)편의 광덕엄장(廣德嚴莊) 조에 나온다. 광덕은 친구인 엄장과 함께 부처님이 계시는 나라인 불국토(佛國土), 즉 서방세계(西方世界)에 가기 위해 수행하던 사문(沙門), 즉 중이었다. 엄장과 달리 광덕에게는 아내와 자식[妻子]이 있었다. 광덕과 엄장은 먼저 성불하게 되면 서로 알려주기로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광덕이 먼저 성불을 하였고, 이를 친구인 엄장에게 알렸다. 다음 날 엄장은 광덕의 처와 함께 광덕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고는 “남편이 죽었으니 함께 사는 게 어떻겠소?”라고 하였고, 광덕의 처는 그가 머무르는 것을 허락하였다. 이윽고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엄장이 광덕의 처와 통정(通情)을 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광덕의 처가 꾸짖어 말하길 “법사가 정토(淨土)를 구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 같겠소”라고 하였다. 엄장이 말하길, “광덕은 그리 했는데 왜 나는 못 한단 말이오?”라고 하였다. 광덕의 처가 말하였다.

“남편과 나는 10여 년을 함께 살았지만 아직 하룻밤도 같은 침상에서 자지 않았는데 하물며 부정하게 닿아서 더럽혔겠습니까? 광덕은 매일 밤 단정한 몸으로 바르게 앉아 한소리로 아미타불만 염불하였고, 혹은 십육관(十六觀)을 만들고 관이 이미 무르익어 밝은 달이 문으로 들어오면 이때 그 빛 위에 올라 가부좌를 하였습니다. 정성을 다하는 것이 이와 같으니 비록 서방으로 가지 않고자 하더라도 어디로 가겠습니까? 무릇 천리를 가는 자는 한 걸음으로 가히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 법사의 관은 동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쪽은 곧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에 엄장은 부끄러워하며 광덕의 집을 나왔다. 이후 엄장은 원효법사(元曉法師)가 거처하는 곳을 찾아가 수행의 방법을 구하였고, 결국 지극히 수행을 한 끝에 서방정토에 오를 수 있었다.

광덕의 처는 광덕과 엄장이 성불하는 것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이었다. 광덕의 처는 광덕과 함께 분황사 근처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는데, 광덕은 신을 삼아 팔고, 광덕의 처는 분황사의 종으로 살며 생계를 유지하였던 것이다. 광덕의 수행에는 광덕의 처의 물질적인 조력은 물론 정신적인 지지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광덕의 처는 엄장이 성불을 하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었다.

광덕엄장조의 마지막 부분에 광덕의 처가 십구응신(十九應身)이었다고 하였다. 이는 광덕의 처가 관음보살이 세상을 교화하기 위해 여성의 몸으로 응신한 존재였다는 것이다. 광덕의 처가 있었기에 광덕과 엄장의 성불이 가능했던 점을 기리는 말로 여겨진다. 이처럼 신라인은 성불한 광덕과 엄장뿐만 아니라 이를 가능케 한 광덕의 처 역시 주인공으로서 기억하였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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