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의 사임 배경으로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론이 떠오르고 있다.
한국지엠은 3일 김 사장이 내달 31일부로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사임 후인 9월부터는 한국지엠의 경영 자문 역할을 맡는다. 김 사장의 뒤를 이을 후임 사장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지만, GM 미국 본사의 임원이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사장이 임기를 2년도 못 채우고 사임한 데에는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1월 1일 한국지엠 수장으로 낙점된 김 사장은 판매량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에는 내수에서 18만275대를 판매하며 2002년 이후 연간 최다 내수 판매 실적을 올리는 활약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야심차게 내놓은 신차들이 힘을 내지 못하면서 판매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게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9년 만에 풀체인지해 상반기 출시한 ‘올 뉴 크루즈’는 생산 과정에서 발견된 에어백 결함으로 양산이 지연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악재 극복을 위해 신형 크루즈의 가격 인하를 결정하며 신차 효과를 보는 데 성공했지만, 지난해 경차 1위인 ‘스파크’의 판매량이 41.3% 줄면서 올해 상반기 내수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 떨어졌다. 판매 부진으로 군산 공장은 가동률이 5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지엠은 GM의 유럽 철수 등 글로벌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로 누적 순손실이 2조 원까지 늘어났다.
이날 김 사장은 한국지엠 사임과 동시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의 상근 회장 겸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암참 대표이사에 선임되면 겸직이 불가능해 한국지엠 사장직에서 자진 사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김 사장은 한국지엠의 대외활동보다 암참 행사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행보에 의문을 낳기도 했다. 회사가 판매 부진,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라 암참 회장 자격으로 방문한 미국 일정에 대해 본사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을 가능성도 크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