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면세점…한화갤러리아 특허 반납, 업계 구조조정 신호탄 되나

입력 2017-07-0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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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은 줄고 면세점 수는 늘어 출혈경쟁 심화ㆍ적자 속출... “이대로 가면 운영중단 이어질 것”

한화갤러리아가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면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 보복 조치로 적자에 허덕이던 면세점업계에 구조조정 신호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공사에 면세점 특허권을 오는 8월 31일 반납한다고 3일 공시했다. 한화갤러리아의 제주공항 면세점 특허권 만료일은 2019년 4월까지이지만 사드 직격탄에 누적된 적자를 이기지 못해 약 2년 앞당겨 특허권을 포기한 것이다.

한화갤러리아가 운영한 제주공항 면세점 연간 임대료는 250억 원 수준으로, 2014년 입찰 당시 면세점 연간 매출이 600억 원에 달하고 매년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사업 전망이 밝았다.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점 운영 1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한 중국 당국의 보복 조치로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감소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한화갤러리아 제주공항 면세점의 지난 4~5월 월 매출액은 2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매출이 떨어졌고 올해 1분기 영업적자는 48억 원으로 적자폭이 지난해 동기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한화갤러리아의 제주국제공항점 특허 반납을 계기로 전국 49개 면세사업자 중 만료일 전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가 속출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드 보복으로 면세점 최대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든 탓에 매출이 급감해 적자가 누적된 업체가 늘어난 데다 면세점 점포수 증가로 출혈경쟁이 심화하면서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면세점 사업권 남용이 시장의 혼란을 부추긴 것으로 지목한다. 최근 2년래 특허권 남발로 서울 시내 면세점은 6개에서 13개로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중국 관광객 감소와 출혈 경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면세점 업체가 적지 않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1년 32곳이던 전국 면세점은 2013년 40곳, 지난해 말 50곳으로 늘어나면서 면세점사업 규모도 2013년 6조8326억 원에서 지난해 12조2757억 원으로 급팽창했지만 올해는 5조 원을 넘길 수 있을지 불투명한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면세점 매출 급락 등 위기가 심화되면서 지난해 12월 특허권을 취득해 당초 올연말 개점을 준비 중이던 현대백화점면세점, 신세계 면세점 강남점, 탑시티 등 5개 업체는 아직까지 개장일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 한화갤러리아, SM면세점 등은 위기 극복을 위해 상여금 반납, 유급휴가 권고, 매장규모와 영업시간 축소 운영 등을 하고 있지만 면세점의 위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DF3 신규사업자 입찰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임대료가 높다는 이유로 여섯 차례 유찰된 끝에 신세계가 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면세점 업계 위기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인천공항 주요 면세점 사업자들은 올해 적자를 볼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대부분 면세업자들은 비싼 임대료로 인해 공항면세점에서는 적자를 보지만 이를 시내면세점에서 만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시내 면세점은 상황이 더 나쁘다. 서울 시내 면세점의 경우 2년 만에 6개에서 13개로 두배 이상 늘면서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124억 원의 적자를 내며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 또 호텔신라가 지난 4월 동화면세점의 대주주 김기병 롯데관광개발회장을 상대로 대여금 반환소송을 제기하는 등 경영 자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63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100억 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되며 두타면세점과 하나투어면세점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면세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외교적인 노력이 절실하고, 전반적인 규제 완화와 사업 다양화가 허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면세점 임차 보증금을 합리적으로 낮추는 것을 비롯해 면세점 활성화 대책을 신속히 내놓아야만 면세점 특허권 반납 사태를 막을수 있다”며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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