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유섭의 좌충우돌] 변하기 시작한 대기업들

입력 2017-07-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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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최근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예전과 다른 대기업들의 행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오너 경영 체제에서의 ‘회사 기회 유용(流用)’을 바라보는 프레임이다. 이는 경영진이나 지배주주가 회사와 전체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봉쇄하고, 자신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총수와 일가들의 개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도 이런 부분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이런 거래를 부당거래로 보고 처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오너 경영 체제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는 내부거래가 ‘오너들의 배 불리기’라는 도덕적 해이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개정된 상법상 회사 기회 유용에 대한 처벌 규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은 상법과 달리 내부거래 유형을 보고 제3자와 거래할 때와 비교해 불법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본질은 유용이지만, 죄목은 부당 내부거래가 되는 셈이다. 대다수의 일반 시민들이 대기업 오너 경영 체제 내에서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지 않는 부분도 이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 오너들도 ‘소나기만 피해 가자’는 식의 안일한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현재 오너라고 불리는 총수 일가들의 경영진은 회사의 주인이 아니라, 주식을 주주 중에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대리인(代理人)일 뿐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일반 주주들의 기회를 빼앗는다면 아무리 최대주주라고 해도 파면돼야 하는 입장인 셈이다. 오너들은 전체 주주들을 위해 지속 가능한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재벌에 대한 경제정책(經濟政策)은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의 수장으로 취임한 김상조 위원장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일갈은 향후 대기업들이 새겨들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오너들의 행태를 시장과 일반 주주들이 힘을 써 막을 수 있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정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해피아’ ‘원전피아’ 등 특정 과독점 공기업들의 경영진이 퇴임 후 재직 회사의 기회를 가져가는 부분까지 연결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국민들은 회사 기회 유용을 통해 얼마나 큰 사회적인 혼란과 분노를 낳을 수 있는지 경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드시 임기 내 확고한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최소한 숨어 있는 회사의 기회가 시민과 주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한진그룹이 최근 발표한 총수 일가의 회사에 대한 정리 과정은 괄목할 변화이다. 한진그룹은 회장 일가들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유니컨버스가 그룹 주력계열사의 사업 기회를 통해 얻은 이익을 대한항공에 돌려주고, 일부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수직계열화했다. 그리고 이유를 불공정한 내부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사실상 회사 기회 유용이 일부 있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했다.

이런 점에서 한진그룹은 최소한 그룹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키우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성공 여부는 이착륙(離着陸)이다. 운항 중에는 브레이크를 잡을 수가 없다. 준비를 철저히 하고 방향키를 잡아 이륙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정부와 세대를 위해 짐이 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착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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