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코스피는 18.03% 상승했다. 상승장을 이끈 것은 증권과 전기전자 업종이었다. 증권주는 주식시장 활황 기대감, 1분기 호실적을 기반으로 44.36% 상승하며 가장 높은 업종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기전자 업종은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를 필두로 35.09% 상승했다.
올해 주식시장의 가파른 성장 배경으로는 △수출과 기업 이익의 증가로 인한 펀더멘털 개선 △스튜어드십 코드 등 신정부 정책으로 인한 주주이익환원과 저평가 해소를 꼽는다. 물론 이들을 주가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 꼽기에는 의심쩍은 부분들이 있다. 먼저 수출과 주가의 상관성에 대한 문제다. 일반적으로 수출(달러화)과 코스피는 동행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1980~90년대의 경우 수출과 코스피는 따로 움직였다. 또 코스피는 원화표시 수출과 비교를 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원화표시 수출과 코스피를 놓고 보면 동행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나 IMF나 금융위기로 주가가 급락할 때면 수출은 급증하는 모습을 보인다.
달러표시 수출과 코스피는 동행하지만, 원화표시 수출과는 동행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환율 때문이다. 환율이 외국인 수급의 핵심이기 때문에 수출과 코스피가 잘 맞는 것이 아닌, 사실은 환율과 코스피가 잘 맞는 것이다. 기업이익의 증가도 마찬가지다. 이익은 이미 2013년에 바닥을 찍었지만,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결국 코스피 상승랠리에 대한 해답은 국제 증시에서 찾을 수 있었다. 3월 이후 한국의 증시는 크게 상승했지만, 유로존 증시의 상승률이 더 높았다. 또 신흥국 전반적으로 자금이 유입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 펀더멘털이 가장 튼튼하다고 평가받는 미국의 경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글로벌 자금이 실적이 아닌 달러화 자산에서 비달러화 자산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국내 수급 상황을 살펴보면, 작년 12월 이후 외국인은 약 12조 원을 순매수했으며 이 중 미국계 자금은 약 10조 원이다. 이처럼 미국계 자금 비중이 높았던 적은 역사적으로 매우 드문 일이다. 지난 5년간은 달러화 자산이 무조건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시기였다. 그것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크레딧이든 말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달러 약세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달러화 자산에 극단적으로 쏠린 자금이 풀리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자금 이동에 의한 장기 상승장의 시작을 의미한다.
현 상황을 장기 상승장의 신호탄으로 생각해 볼 경우, 코스피 타깃은 2600포인트로 설정할 수 있다. 2017년 EPS 추정치에 PER 11.1배를 곱한 값이다. PER를 산정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글로벌 자금 유입이 시작돼 장기 상승장이 펼쳐질 때, 10년 평균 PER에 표준편차 1배를 더한 주가의 상승 패턴이 자주 나타났다. 따라서 한국증시의 PER 또한 10년 평균 PER의 표준편차+1 상단인 11.1배로 책정했다. 두 번째 근거로는 한국 경기가 성장 국면에 다시 진입하며 내수와 수출 경기가 바닥을 찍을 것으로 판단한 것. 이에 펀더멘털 개선 속도가 선진국보다 빨라지며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