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4년 사이클’ 공식 없다…선공나선 삼성·하이닉스

입력 2017-07-0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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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세계 최대 평택라인 출하식서 30조 공격적 투자 밝혀…SK하이닉스도 청주 신공장에 15조 투입 계획

반도체 산업은 통상 3~4년을 주기로 호황기와 불황기가 이어지는 사이클(cycle)이 반복돼 왔다. 일정 기간 시장이 확대되다가 정점을 지나며 내림세로 전환됐다. 호황기에 접어들면 기업들이 경쟁적 증산에 나서는 탓에 ‘치킨게임’ 양상이 벌어지는 악순환도 이어졌다.

최근 슈퍼 호황기를 맞아 이 같은 공식이 깨지고 있다. 먼저 4차 산업혁명이 이끄는 수요가 안정적이다. 신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등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다량의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남기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유발되는 다양한 수요가 얼마나 클지 아직 제대로 알 수 없다. 앞으로 반도체 시장은 더 안정적으로 갈 것”이라며 “호황기가 2~3년 내에 주춤할 수도 있지만,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첨단 반도체는 기술 장벽이 높아 단기간에 공급량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선두 기업은 수십조 원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생산능력과 기술 격차를 더 벌인다는 전략이다. 과거에는 호황기의 무리한 투자가 불황기 때 실적 악화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삼성전자는 전날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 반도체 라인 출하식에서 기존 투자금액을 포함해 2021년까지 무려 30조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평택 라인에 14조4000억 원을 추가 투자하고, 화성 사업장에도 6조 원을 투자해 최적화된 신규 반도체 생산라인을 갖추기로 했다. 중국 시안 공장에도 반도체 라인 추가 건설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빅데이터나 AI, IoT 등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런 트렌드 자체가 반도체 수요를 계속 늘리는 요인”이라며 “선제적으로 생산라인을 확충해 미래 시장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청주 공장에 2025년까지 15조 원을 투자해 대규모 낸드플래시용 생산라인을 건립할 계획이다. 청주 신공장은 올해 8월 착공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일본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에 약 3조 원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컨소시엄’ 중 SK하이닉스가 유일한 반도체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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