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金正浩·?~1866) 선생이 제작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는 우리나라 최초로 실측을 통해 그린 전도(全圖)로, 그 과학성과 정밀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大東輿地圖의 ‘輿’는 ‘수레 여’, ‘가마 여’라고 훈독하며 ‘탈것’을 의미하는 글자이다. 수레가 물건을 싣듯이 땅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싣고 있기 때문에 땅을 수레에 비유하여 ‘여지(輿地)’라고 했다. 즉 ‘여지(輿地)’라는 말 자체가 땅, 지구, 대지 등의 의미로 사용된 용어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동(大東)’은 어떤 의미일까? 직역하자면 ‘큰 동쪽’이라는 뜻인데 이는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말이다. 조선 초기에는 대동이라고 하지 않고 ‘동국’이라고 했다. 한자에 대한 조선의 표준음을 정할 목적으로 세종 30년(1448)에 간행한 ‘동국정운(東國正韻)’에 사용한 동국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동국정운’의 ‘동국’은 원래 명나라 홍무(洪武·1368~1398) 연간에 발간된 중국의 운서 ‘홍무정운(洪武正韻)’의 ‘홍무’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 택한 단어였다.
그러나 동국정운 이후로 조선의 선비들은 단지 중국의 동쪽에 위치한 나라라는 의미만을 취하여 명나라에 대한 사대적(事大的) 입장에서 조선이라는 국호 대신 동국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섰음에도 명나라에 사대했던 선비들은 청나라를 오랑캐의 나라로 보는 입장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東’에 ‘큰 대(大)’자 하나만 붙여 ‘大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대동여지도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동국보다는 주체성이 조금 더 담긴 단어이기는 하지만 ‘조선여지도’라고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지금 중국이 다시 최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중국에 대해 당당한 외교를 벌여야 함은 물론 중국 문화에 대한 한국 문화의 차이점을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다시는 사대주의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