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우리 경제는 원화절상 압력이 지속되고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순탄치 못한 여건 하에서도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내수도 꾸준히 회복되면서 5% 가까운 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경기상승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고용사정 개선은 미흡하였고 체감경기도 크게 나아지지 못했습니다.
물가는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였으나 10월 이후에는 유가 상승의 영향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높아졌습니다.경상수지는 서비스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상품수지의 큰 폭 흑자에 힘입어 계속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금융시장에서는 유동성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영향으로 금리와 주가, 환율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이러한 경제상황을 감안하여 지난해 통화정책은 실물경제의 개선추세가 이어지도록 하면서도 물가안정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하였습니다.
상반기 중에는 실물경제의 회복세가 여의치 않은 점을 고려하여 콜금리 목표를 연 4.5%에서 유지하였고, 하반기에는 경기상승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물가상승압력이 커질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7월과 8월 콜금리 목표를 각각 0.25% 포인트씩 인상하였습니다.
유동성 증가세 억제를 위한 정책적 노력도 지속하였습니다.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은행의 절도 있는 자금운용을 유도하는 한편 총액대출한도를 1/4분기 1.6조원 그리고 3/4분기에 추가로 1조5000억원 감축하였습니다.
올해 우리 경제는 지난해와 비슷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유가 상승과 국제금융시장 불안 가능성 등으로 경기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물가는 고유가가 지속되고 그간의 경기상승에 따른 수요압력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면서 목표범위의 중심선을 웃도는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상수지는 수입증가세가 확대되고 서비스수지 적자도 늘어나면서 소폭의 적자로 돌아설 전망입니다.
이렇게 볼 때 새해 우리 경제는 경기의 하향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물가상승세 확대에 대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겠습니다. 아울러 장기간의 기업투자 부진으로 성장잠재력과 고용창출력이 저하되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호황을 보인 가운데서도 우리 경제가 특유의 역동성을 발휘하지 못한 데는 투자활동 위축의 영향이 컸다는 점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올해 경제정책의 주안점은 물가안정 기반 위에서 경기상승세가 이어지도록 하면서 투자활성화를 이끌어내는 데 두어져야 할 것입니다.
먼저 거시정책에 있어서는 경제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주요 정책수단이 조화를 이루도록 운용하여야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금융시장 불안이 금융거래나 실물경제활동의 위축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미시적으로는 기업투자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창업에서부터 퇴출까지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규제를 대폭 정비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노동인력의 활용도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FTA의 지속적 추진 등으로 경제개방의 폭을 더욱 확대하여야 하겠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기업의 해외투자가 자국 내로 회귀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고 있는 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데 크게 힘입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에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행은 2008년 한해동안 다음과 같이 업무에 역점을 두고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금리정책은 물가안정에 주안점을 두면서도 경기 및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유연하게 운영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중기적 관점에서 물가상승압력을 반영하는 정보변수로서 유동성지표의 움직임에도 계속 유의할 것입니다.
새로운 통화정책 운영체계의 차질 없는 시행과 조기 정착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지난해 우리 은행은 정책금리를 콜금리 목표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로 변경하고 공개시장조작, 지준 및 여수신 제도 등 통화정책수단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올해에는 관련 규정의 제ㆍ개정, 전산시스템 정비, 對금융기관 홍보 등 제반 준비 작업을 잘 마무리하여 새 운영체계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켜야 할 것입니다. 시행 이후에는 금융시장 상황 변화는 물론 금융기관 적응도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보완책을 적극 강구해야 하겠습니다.
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에도 더욱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효과적인 통화안정증권 관리를 위해 분기별로 발행한도를 설정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등을 감안하여 총액한도대출 등 중소기업지원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국내외 금융시장 통합, 파생상품거래 급증 등에 대응하여 시장상황을 보다 신속하게 파악ㆍ분석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하겠습니다. 금융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여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도 한층 높여야 하겠습니다.
금융안정에도 배전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입니다. 시중자금의 쏠림현상,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영향 등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인을 상시 점검하고 불안징후가 나타날 경우에는 신속히 대응해야 하겠습니다. 신 BIS협약 적용으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비은행금융기관의 지급결제시스템 참여에 대비하여 지급결제제도의 안전성 확보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2009년 상반기 가동 예정인 신(新)한은금융망 구축사업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외화자산의 효율적인 운용에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외화자산의 안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성을 보다 높이는 방향으로 자산배분 방식을 개선하고 투자기법과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외화자산 운용에 대한 정보공개의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9년 상반기로 예정된 새 십만원권과 오만원권 발행이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새 은행권 발행은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고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그 준비에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경제교육의 내실화 또한 중요한 과제입니다. 경제상황 변화에 맞추어 교육 내용과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지난해 확장 개관한 화폐금융박물관의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최근 들어 국내외 경제의 통합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해외 불안요인이 국내에 즉각 파급되고 그로 인해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 환경 하에서는 거시경제 안정을 선도해야 하는 중앙은행의 책무가 더욱 막중해지고 우리 은행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이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수행능력을 어느 선진국 중앙은행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확충하는 것이 긴요합니다. 따라서 조사연구, 정책개발 등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과 인력을 운용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외부전문가 채용을 확대하는 등 인력충원방식을 다양화하고 연수프로그램도 전문성 함양 위주로 개선하여야 하겠습니다.
조직 전체의 효율성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 할 것입니다. 부서간 정보공유 및 협의 채널을 확대하는 한편 인력운용의 유연성 관점에서 조직체계를 재점검하여 바람직한 개선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업적과 능력 위주의 인사관리체제를 확고히 정착시키고 보수체계도 직무가치와 성과를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은행은 그동안 합리적 조직운영과 경영혁신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왔으나 국민의 시각에서는 그 성과가 미흡한 수준일 수 있습니다. 우리 한국은행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중앙은행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직원 여러분 모두의 투철한 소명의식과 헌신이 우선되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새해에는 한국은행이 한 단계 더 높은 발전을 이룩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시다. 새해를 맞아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1월 1일
한국은행 총재 이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