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35층 규제'] “무분별 초고층 난립 방지” vs “현실 반영 못한 행정지침”

입력 2017-07-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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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재건축조합 대립 속 논란의 핵심 은마아파트, 49층 재건축안 다시 제출하며 기싸움

“높이 관리는 경직되고 엄격하기만 한 규제가 아니다. 오히려 도시 경관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규제이다.”(서울연구원의 ‘누구를 위한 높이인가’)

“35층 규제 유지하면 하늘이 노할 겁니다. 천벌이 내릴 거예요.”(이석주 서울시의원)

서울시의 주택 고도제한인 이른바 ‘35층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14일 서울시의회에서 35층 규제를 반대하는 시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간의 설전(舌戰)이 벌어지는가 하면, 같은 달 29일엔 서울시가 이례적으로 ‘35층 규제’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누구를 위한 높이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논란의 핵심에 서 있는 은마아파트가 49층 재건축안을 다시 제출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35층 규제에 대한 마찰은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35층 규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4년 발표한 ‘2030 서울플랜’에 근거하고 있다. ‘2030 서울플랜’은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의 별칭으로, 도시기본계획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18조에 의거해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수립할 수 있다.

‘2030 서울플랜’에 명시된 35층 규제는 ‘토지이용계획’의 ‘도시공간 구조를 고려한 높이관리’라는 항목에 제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 내 3종 주거지역의 주거용 건물 높이는 35층 이상을 넘어설 수 없다. 서울시는 규제를 만든 목적으로 △무분별한 초고층 건물의 난립 방지 △도시경관 및 도시공간 구조를 고려한 계획적인 높이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심지 위계별 최고층수를 차등관리하기 위함 △한강변 수변 연접부는 위압감을 완화하는 스카이라인 형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35층 규제가 지나치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행정지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은마아파트 등이 포함된 재건축조합들은 이미 용적률 규제가 있는데도 35층이라는 고도제한을 따로 두는 것은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건폐율(대지 전체 면적에서 건물 부지의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 규제가 있고, 용적률(대지 전체 면적에서 건축물의 모든 층의 연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이 건폐율과 층수를 곱한 방식으로 계산돼 층수가 규제되고 있는 만큼, 여기에 35층 규제가 더해지면 이중으로 층수를 규제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서울시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용적률은 도시 내 건물 밀도를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마련한 기준이지 높이 규제가 아니다”라며 “지역적인 여건과 특성에 맞춰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35층 규제를 반대하는 이들은 서울시의 또 다른 도시계획 가이드라인인 ‘2025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이하 ‘2025 기본계획’)에 예외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2025 기본계획’은 재개발·재건축 등 지역의 개발 사업에 관해 규정한 서울시의 도시관리계획이다. ‘2025 기본계획’에는 “정비계획 수립 시 특별건축구역지정 등으로 인해 특별히 높이 완화가 필요한 경우 시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부지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 조항에 따라 높이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서울시 측은 “법정 최상위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플랜’보다 도시관리계획인 ‘2025 기본계획’이 앞설 수 없다”고 반론하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국토계획법 2조 3항에는 도시기본계획을 도시관리계획의 지침이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2025 기본계획’보다 위상이 높은 ‘2030 서울플랜’이 우선 적용돼야 하므로 강남 재건축 단지들을 35층 규제의 예외로 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 측 역시 “재건축·재개발 지역에는 ‘2025 기본계획’을 적용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하는 등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위와 같은 논쟁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인 ‘2030 서울플랜’의 위상에 관한 논란도 중요한 쟁점사항이다. 지난달 14일 박 서울시장은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2030 서울플랜’은 법정 최상위 도시계획”이라며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만든 일종의 헌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35층 규제를 최일선에서 반대하고 있는 이석주 자유한국당 시의원(강남3)의 생각은 다르다. 이 의원은 “‘2030 서울플랜’ 작성에 참여했다고 알려진 100여 명 모두 도시계획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하다고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뿐만 아니라 100여 명의 전문가가 만들었다고 해서 ‘헌법’이라고 규정하기도 모호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소관부처들은 여전히 “35층 규제의 예외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은마아파트를 위시한 강남 재건축조합들은 ‘35층 이상 건축 고수’를 선언하고 지속적으로 35층을 넘는 개발계획안을 시 당국에 제출하고 있어 35층 규제를 둘러싼 잡음은 당분간 끊이지 않고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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