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헤일리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 논란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방송 예정인 CNN방송 인터뷰에서 “누구나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했고, 그뿐 아니라 복수의 다른 나라에도 혼란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간섭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만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다른 지도자들도 ‘그만둬, 우리는 참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방송은 사전 녹화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발언하기 이전에 녹화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헤일리 대사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사격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이나 폴란드에서 한 트럼프의 발언과 상당히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안드레이 두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지난해 미국 대선개입 논란과 관련해 “아무도 확실히 모른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대선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나라가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도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가 오히려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회담에 동석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발언이 서로 달랐기 때문. 틸러슨 장관은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대해 푸틴 대통령을 압박했고, 푸틴은 이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별도의 브리핑을 연 세르게이 러시아 외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는 미국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한편 헤일리 대사는 같은 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대리착석했다가 논란에 휩싸이자 “그녀는 자신을 공복(公僕) 가족의 일원으로서 여긴다고 생각한다”며 “그녀는 세계를 돕는 노력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 시간을 낭비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