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초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한 국영기업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 4위 컨테이너 선사인 중국 코스코가 7위 홍콩 오리엔트오버시즈(OOCL)를 약 63억 달러(약 7조2734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코스코는 세계 주요 항만운영업체 중 하나인 상하이인터내셔널포트그룹과 손잡고 OOCL 지분 68.7%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가는 78.67홍콩달러로, 지난 7일 OOCL 종가에 31%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이번 인수는 세계 각국의 승인을 필요로 해 마무리까지 6~8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를 통해 코스코는 세계 3위 컨테이너 선사로 도약하게 된다. 세계적인 해운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덩치를 키워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생존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코스코를 중심으로 국영 대기업 2개사를 통합했다.
홍콩 행정장관을 역임한 둥젠화 가문이 OOCL을 소유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둥 가문은 매각을 원하지 않았으나 중국 정부로부터 많은 정치적 압력을 받았다”며 “또 중국 측이 마침내 공정한 가격을 제시해 인수가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안방보험그룹의 우샤오후이 회장이 결국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등 중국 정부는 자본 유출과 부채 급증 우려에 민간 기업의 M&A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에너지와 중장비, 철강 분야 등에서는 국영기업의 M&A를 오히려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강조했다. 미국 코넬대의 웬디 로이터트 연구원은 “중국 국영기업의 계속되는 초대형 M&A는 국내외에서 모두 각각의 목표가 있다”며 “중국 내에서는 합병을 통해 과도한 설비를 줄이고 가격 결정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국가대표 기업을 탄생시켜 해외에서 중국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가격 경쟁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중국 최대 석탄생산업체 선화그룹은 경쟁사인 궈뎬과 합병 논의를 하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자산규모가 262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중국 양대 원자력업체인 중국핵공업그룹(CNNC)과 중핵건설그룹(CNEC)은 지난 3월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기계장비집단은 지난달 섬유설비업체인 차이나하이테크그룹을 사들여 자산을 520억 달러로 키웠다. 상하이 소재 바오스틸이 지난해 우한강철과 합병해 세계 2위 철강 생산업체로 도약하고 나서 중국에서는 새로운 합병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