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초심 잃은 ‘꾼’의 몰락… 반면교사 삼아야

입력 2017-07-1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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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차장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한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갑질과 비리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양파 껍질 벗겨지듯 끊임없이 튀어나오고 있다.

정 전 회장은 가맹점에 피자 재료인 치즈를 공급하면서 친인척이 운영하는 중간 업체를 반드시 거치게 해 50억 원대의 ‘통행세’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불리한 거래 관행에 항의해 탈퇴한 업주들이 ‘피자연합’이라는 독자 상호로 새 피자 가게를 열자 이들이 치즈를 사지 못하게 방해하고, 인근에 직영점을 내 저가 공세를 펴는 등 보복 출점을 감행한 혐의도 있다. 또 딸 등 친인척을 MP그룹에 유령 직원으로 올려놓고, 수십억 원대의 공짜 급여를 챙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언론 등을 통해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여기에 검찰 수사 결과 정 전 회장이 개인 점주 자격으로 직접 운영하던 미스터피자 가게에서 일한 직원들의 인건비를 그룹 법인에 부담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의 광범위한 계좌추적 결과 정 전 회장이 이런 식으로 수년간 회사에 떠넘긴 인건비가 수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히 프랜차이즈 비리의 복마전(伏魔殿)이자, 초심(初心) 잃은 성공 신화의 몰락이라 할 만하다.

정 전 회장은 스스로를 ‘꾼’으로 자처해 왔다. 그가 2012년 미스터피자 성공 신화를 바탕으로 펴낸 ‘나는 꾼이다’라는 자서전에서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의 나는 나무꾼·농사꾼이었고, 중학교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의 10년은 싸움꾼·낚시꾼·지게꾼이었으며, 군대 소대장 시절에는 술꾼·노래꾼·승부꾼이었다. 동대문에서의 15년 장사꾼을 거쳐 마침내 미스터피자를 창업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는 피자꾼이다. 나는 꾼이라는 말을 좋아하고 스스로 꾼이기를 바란다. 꾼은 비속어가 아니다. 꾼은 명예로운 훈장과 같다. 꾼은 꾼다워야 하며 그러기 위해 꾼은 그 방면에서 달인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달인의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으니 자칭 꾼인 셈이다”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세간의 시선은 이제 그를 ‘사기꾼’이라 질타한다.

정 전 회장은 ‘세계 제일의 맛, 정중하고 진심 어린 서비스, 내 집 안방과 같이 편안하고 깨끗한 분위기’, 이 3대 원칙을 ‘꾼’으로서 목숨처럼 중시한 끝에 미스터피자가 국내 1등 브랜드로 우뚝 서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가맹점이 ‘가족점’이라는 초심을 잃은 순간 그의 몰락은 시작됐다.

그는 자서전에서 “가맹 사업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은 본부의 도덕관이다. 만일 내 자녀가 가맹점을 운영하려 한다면 부모는 자식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할까. 당연히 부모가 먼저 직접 운영해 보고 단맛, 쓴맛 모두 경험한 뒤 주의해야 할 점 등 수많은 노하우를 쌓은 후에야 자녀에게 권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대를 이어 성공할 수 있도록 영속적인 지원 시스템도 완벽하게 구축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가맹 사업이란 가맹점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해야 마땅하고, 그래서 나는 가맹점이 아닌 ‘가족점’이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다”고 기술했다. 그 스스로 내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초심 잃은 프랜차이즈 CEO가 비단 그뿐일까. 이번 미스터피자 사태가 터진 후 남모르게 속을 새까맣게 태우고 있을 이들은 정 전 회장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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