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07년 실적에서 GM이 세계 1위 자리를 토요타에게 내줄 게 확실시 되는 가운데, 크라이슬러는 벤츠와 결별하고 새 둥지를 틀었으며, 포드의 부진은 여전히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GM의 캐딜락 디비전은 미국 고급차의 자존심을 세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출시한 뉴 STS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뉴 STS는 풀 모델 체인지는 아니지만, 경쟁차들에 비해 열세였던 부분을 보완하면서 단숨에 주목받는 모델로 떠올랐다.
STS의 외관은 CTS와 더불어서 앞으로 5~10년은 더 유지해도 좋을 만큼 앞선 감각을 자랑한다. 화려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단순미를 추구하는 최신 트렌드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캐딜락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에 17인치였던 휠을 18인치로 업그레이드한 점도 돋보인다.
실내 역시 기본적인 디자인은 구형과 공유하지만,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버튼식 시동키를 썼다는 것. 스마트키를 지니고 있기만 하면 버튼을 눌러서 시동을 켜고 끌 수 있다. 다른 차종과 다른 점을 찾자면, 보통의 버튼식은 버튼 중앙을 눌러 켜고 끄는 방식인 데 비해 뉴 STS의 것은 버튼 위를 눌러 시동을 걸고 아래쪽을 누르면 시동이 꺼지는 타입이다.
기어는 구형의 자동 5단에서 6단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구형의 경우 부드러운 주행성능은 나무랄 데 없었으나, 급가속할 때 기어변속이 ‘버벅거리는’ 현상이 눈에 띄곤 했었다. 하지만 신형은 구형보다 42마력 늘어난 직분사 엔진과 궁합을 맞춰 속 시원한 가속력을 선사한다. 풀 가속을 시도할 때는 아직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구형보다 확실히 가속이 빨라졌고 부드러운 감각도 여전하다.
새로운 직분사 엔진은 V6 3.6ℓ 302마력을 낸다. 3.5ℓ인 인피니티 G35의 315마력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동급에서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훌륭한 파워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엔진과 미션의 조합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됐다. 미국 자동차업계 최초의 이 직분사 엔진은 파워 증강과 배출감소 저감을 동시에 이뤄냈다. 연비는 7.6km/ℓ로 썩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섀시감각이다. 독일차와 일본차를 두루 타 보고 나서 뉴 STS를 타니 그렇게 차가 부드러울 수가 없다. 반대로 말하면, 서스펜션이 너무 출렁거려 속도를 올리기가 두려울 정도다. 특히 좌우로 굽어지는 국도에서 이처럼 부드러운 서스펜션 감각은 자칫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액티브 서스펜션의 존재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시승차에는 없지만 4.6 플래티넘 에디션에는 각종 편의장비가 더 추가되었다. 이 가운데에는 사이드미러에 장착된 카메라가 차선 이탈을 감지하고 알려주는 장비와 주요 운전 정보를 앞 유리에 투과시키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주행안정성을 높인 액티브 스티어링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뉴 STS는 미국에서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의 라이벌로 꼽히는 차종이다. 그러나 그간 국내에서는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경쟁 리스트에도 변변히 오르지 못했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모델의 국내 판매가격은 6290만원으로 구형에 비해 600만원 상당의 옵션을 새로 장착하고도 4.7% 인하해서 선보였다. GM코리아의 새로운 가격정책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차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배제한다면 한번쯤 경험 해봐도 좋을 차가 뉴 STS다.
캐딜락 뉴 STS
레이아웃-------앞 엔진, 뒷바퀴 굴림, 4도어, 5인승 세단
엔진, 기어-----V6 3.6ℓ 가솔린 엔진, 302마력/37.6kg ․ m 자동 6단
길이×너비×높이-4986×1844×1463mm
서스펜션 앞/뒤--더블 위시본/멀티링크
타이어 앞, 뒤---앞 235/50R18, 뒤 255/45R18
연비, 가격-----7.6km/ℓ, 6290만원
BEST-----------세련된 스타일과 부드러운 파워
WORST----------연비가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