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 조이자 자산관리 강화

입력 2017-07-11 09:05 수정 2017-07-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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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계대출의 2배 육박한 예금 1142조 활용 전략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조이기에 들어가자, 소매금융을 포기할 수 없는 시중은행들이 법인과 개인고객의 예치금을 늘리되 단순 예금 확대가 아닌 자산관리(WM)를 통한 수수료 수입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비(非)이자이익 강화에 나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그룹은 다음 달 ‘고객자산가치제고협의회’(가칭)를 지주에 설치한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이 직접 나서 ‘WM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미래 전략으로 삼고, 은행·증권·자산운용의 역량을 모아 고객 자산 증식을 위한 특단의 대책 수립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하나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 310여 명과 하나금융투자 PB 50여 명 등 하나금융그룹 내 자산관리 전문가 360여 명이 참석한 ‘2017년 하반기 자산관리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함영주 하나은행 은행장은 “세밀한 손님관리가 PB의 최고 가치이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도 은퇴자와 부동산투자 상담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지난 3일 개점한 롯데월드타워금융센터에 PB센터, 부동산투자 및 세무설계 자문센터 등을 두고 블라인드 글라스를 이용한 별도의 상담 공간을 마련해 일대일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반기 들어 정부의 대출 옥죄기 강도가 세지는 만큼 시중은행들의 자산관리 집중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의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은행의 총부채(2282조1000억 원)에서 예금(1141조8000억 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0.0%에 달한다. 한국은행 집계 결과, 올 1분기 현재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잔액은 618조5000억 원이다. 은행권 예금액이 가계대출 규모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대출이 막힌 은행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예금 관리에 나선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마진을 통한 기존 영업방식인 이자이익의 확장성에 한계가 온 까닭에 은행들의 자산관리 부문 강화 성향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대마진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은행업 특성상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은 은행의 마진 축소로 인한 수익성 둔화를 가져온다. 그렇다고 수신을 무작정 늘려서는 은행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는 꼴이 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 예금은 부채로 계상되기 때문에 만기 시 약정이자까지 더해 돌려줘야 하는 비용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대출이 줄어드는 만큼 고객 자산 유치를 확대하고 이에 대한 자산관리를 통한 수익률 극대화로 수수료 수입을 늘려 이자이익이 아닌 비이자이익 확장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 중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고객을 타행에 뺏기지 않는 수성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그동안 예치금 확대에 소극적이었다. 신한은행이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 내 전 계열사의 자본시장 경쟁력을 하나로 묶은 GIB그룹을 신설한 데 이어, 국민은행은 비은행 계열사와의 통합 고객관리 제도를 전면 개편해 주거래 고객에 대한 비금융 혜택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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