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시장에서 헤지펀드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5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올린 펀드가 등장하고, 총 설정액이 10조 원을 돌파하는 등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장 높은 수익률(설정액 100억 원 이상 기준)을 기록한 한국형 헤지펀드는 트리니티자산운용의 ‘멀티스트레티지펀드’로 나타났다. 47.98%의 수익률을 올린 이 펀드는 올해 상승 랠리를 펼친 IT업종 주식을 집중 매수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지배구조 관련 종목과 정책 수혜주를 편입하는 등 시기적절하게 시장 주도주를 파악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위부터 5위까지는 DS자산운용의 ‘진(珍)’, ‘수(秀)’, ‘복(福)’, ‘현(賢)’ 펀드가 차지했다. 진펀드는 32.27%, 수펀드는 31.17%의 수익을 냈다. 복펀드와 현펀드는 각각 28.88%, 27.4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DS자산운용 역시 IT업종에 주목, 수익률 증가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하나의 펀드를 여러 명의 펀드매니저가 담당하는 멀티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DS의 지(智), 정(正)도 각각 수익률 8위와 10위에 올랐다.
타이거자산툰용투자자문의 ‘타이거5 Combo’(24.69%)와 ‘타이거5-02’(24.62%), ‘타이거5-03’(23.96%)도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 회사는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주식을 공매도하는 롱쇼트전략을 기본으로 하되 롱 비중을 60~70%, 쇼트 비중을 30~4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중소형 가치주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이들 펀드는 회사의 자체 탐방을 통해 시장보다 정보 우위에 있는 기업을 확보한 점이 특징이다.
헤지펀드 시장의 규모도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와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는 총 481개로 집계됐다. 지난달에만 52개의 헤지펀드가 신규 설정되면서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10조 원을 돌파했다. 헤지펀드 운용사는 총 91곳으로 나타났다.
481개 헤지펀드 가운데 376개는 연간 플러스 수익률을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롱쇼트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이 가장 우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다수 펀드가 쇼트보다는 롱에 더 비중을 두고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