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토건족’에 대한 오해

입력 2017-07-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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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원 에이테크솔루션 대표(대림대학교 토목환경과 겸임교수)

언젠가부터 국가의 사회기반시설을 제공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아졌다. 도로, 교량, 댐, 빌딩 등을 대규모로 건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정치·경제·환경적인 부작용으로 토목과 관련된 산업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성된 것이다.

일본의 무분별한 개발사업의 폐해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된 ‘토건(土建)’이란 단어는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기가 막히게 적절한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됐다.

‘토건족’과 동일하게 인식되고 있는 토목 기술자들이 수행하는 많은 프로젝트들은 사실상 공공사업의 영역에 있다. 오히려 보편적인 복지를 위한 것이다. 특정인이 아닌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토목의 철학은 변화하는 사람들의 수준에 맞춰 다양한 사회기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불특정 다수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공공의 선(善)을 구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통적인 토목은 많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개발이 많이 이뤄진 상태이고, 이미 만들어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유지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단계이다. 실제로 주요 공공시설물의 유지 관리를 위한 국가 예산이 대거 투입되고 있으며, 정보통신(IT)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공공시설물의 안전 관리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또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위한 친환경적인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문명(Civilization)과 함께 시작된 토목(Civil Engineering)은 문명의 변화와 함께 꾸준히 그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이제까지는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해 오면서 그 궤를 같이 해왔던 토목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오해를 벗고 성숙된 사회 수준에 천천히 발걸음을 같이 맞춰 나아가는 토목이 되길 바란다. 물론, ‘토건족’과는 별개의 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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