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조리(調理)

입력 2017-07-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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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조리(調理)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요리(料理)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며, ‘음식을 만든다.’는 뜻이다. 요리사를 조리사라고도 한다. 그런데 조리라는 말도 원래는 ‘잘 조절되어 질서가 있음’이라는 의미이거나 ‘조화롭게 질서가 있도록 잘 다스림’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던 말이다. “하는 말에 조리가 있다”고 할 때는 전자의 의미를 취한 것이고, “몸 조리 잘 하세요”라고 할 때는 후자의 의미를 따른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조리는 거의 대부분 후자, 즉 ‘몸 조리 잘 하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세종실록에 나오는 “복통이라면 약을 복용하고 조리(調理)하여 서연(書筵)에 나와 강(講)을 들음으로써 편찮다는 말이 상총(上聰:임금의 귀)에까지 들리지 말게 하소서”라는 구절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중국어에서도 調理는 ‘잘 조절되어 질서가 있음’이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물론 약재를 포함하여 여러 가지 식재료를 함께 넣어 오래 삶거나 푹 고는 음식을 대상으로 말할 때는 더러 조리한다는 표현을 한다. 일상의 식재료와 함께 비교적 특별한 약재를 식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종류나 양을 잘 선택하고 조절해야 하므로 이런 경우에 한하여 특별히 ‘調理’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요리와 마찬가지로 조리라는 말 역시 근대 일본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말인데 항일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이제는 우리말이 되어 버렸다.

일본은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의 문물을 앞서 받아들이면서 서양의 화려한 궁중요리나 귀족들의 질서 있는 격식을 차린 식탁문화와 계량(計量) 컵이나 계량 숟갈로 정확하게 레시피(recipe)를 기록한 것을 보고서 음식도 잘 조절하여 질서 있게 만들어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요리니 조리니 하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 같다. 칼로리와 식재료를 정확히 계산하여 조화롭고 질서가 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자는 과학적 사고의 결과로 나타난 용어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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