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더블스타타이어(더블스타)가 인수포기를 선언하면 자신도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고 경쟁 입찰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를 조건으로 경영권을 유지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이투데이가 단독으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 측은 채권단에 △중국사업 매각 △유상증자 참여 △경쟁입찰 참여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사업은 기술 및 브랜드 제공을 통해 일정 기간 영업을 보장한다는 조건 아래 매각해 1000~4000억 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금호타이어가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4.40%도 매각하겠다고 제안했다.
다만 대우건설 지분은 현재 장기차입금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특히 대우건설 지분의 공정가치가 원가 이하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1분기 말 기준 손상차손 1420억1200만 원을 인식했다. 누적 손상차손은 37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매각 가치가 없다.
이와 함께 박 회장 측 우호적 투자자가 약 2000억 원 규모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도 함께 실시하겠다고 했다. 박 회장 측은 액면가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을 염두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상증자를 허용할 경우 금호타이어 주가는 매각 무산으로 폭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 경우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지분을 20%까지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채권단은 현재 42%에서 약 33%까지 지분율이 희석된다.
박 회장 측이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를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은 금호타이어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업들은 주로 월 초 매출채권 회수로 현금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뒤 월 말에 원자재 대금, 임금 등의 비용을 결제하면서 줄어든다. 금호타이어 역시 현금성자산을 최소 400억 원 이상 보유해야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약 440억 원에 불과하다. 인수합병(M&A) 관계자는 "운영자금 변동폭을 생각하면 금호타이어가 최소 400억 원 이상 있어야 한다"며 "잘못하면 7월 말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동성을 긴급하게 확충한 뒤 채권단 지분과 유상증자 지분을 함께 공동 매각하자는 것이 자구안의 핵심 내용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은 포기하지만 경영권은 유지한 상태에서 경쟁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박 회장 측의 자구안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중국 사업을 매각하더라도 약 6200억 원의 차입금과 1000억 원의 본사 대여금 감면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대규모 손실과 추가 지원 부담이 적지 않다.
게다가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된다면 경쟁 입찰이 아예 불가능해진다. IB 관계자는 "금호산업 매각 당시에도 박 회장이 재계 어른들을 만나 인수전에 들어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해서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중국계가 들어온 것"이라며 "해외 원매자도 인수에 실패했기 때문에 사실상 경쟁 입찰에 들어올 진성 인수자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