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 이야기] ‘예금자보호 제도’를 아시나요

입력 2017-07-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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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뱅크런은 실제 은행에 문제가 크지 않더라도 소문이나 과장된 정보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멀쩡하던 은행도 파산에 이를 수 있다. 은행은 통상 예금자가 맡긴 예금 중에서 일정한 비율인 ‘지급준비율’만 인출 고객들을 위해 남겨놓고 나머지는 대출·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갑자기 뱅크런이 발생하면 대출을 회수하거나 투자한 주식이나 채권을 팔아 대응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럴 여유가 없이 당장 예금자에게 지급할 돈이 부족해지면 은행은 파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뱅크런은 전염성이 강하다. 한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하면 다른 은행에 예금한 사람들도 자신이 예금한 은행의 부실 여부와 상관없이 불안감 때문에 예금인출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많은 은행들이 한꺼번에 줄도산을 하게 되어 금융시장이 붕괴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해당 예금자는 물론 전체 금융제도의 안정성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국가경제 상황의 악화, 경제공황의 발생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뱅크런의 파괴력이 이처럼 크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예금자보호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예금자들의 은행 파산에 의한 손실을 어느 정도 줄이는 한편, 뱅크런의 갑작스런 발생도 방지하고 있다.

예금자보험은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험의 원리를 적용하여 평소에 기금을 적립해 두었다가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제도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설립된 예금보험공사가 평소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보험료(예금보험료)를 받아 기금(예금보험기금)에 적립한 후, 금융기관이 예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면 금융기관을 대신하여 예금(예금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금보험은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에 의해 운영되는 공적보험의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예금을 대신 지급할 재원이 금융기관이 납부한 예금보험료만으로 부족할 경우에는, 예금보험공사가 직접 채권(예금보험기금채권)을 발행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재원을 조성하게 된다.

예금자보호 대상 금융회사로는 은행, 보험회사(생명보험· 손해보험회사), 금융투자회사, 종합금융회사, 상호저축은행 등이다. 예금보험공사는 통합예금보험기구로서 은행, 금융투자회사, 생명보험회사, 손해보험회사, 종합금융회사 및 저축은행 등 6개 금융권역 301개 금융기관의 예금 등을 보호하고 있다. 다만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은 비보호 예금자에 해당한다.

보호대상 금융상품은 예금보험가입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예금'만이 해당된다. 또 예금보험가입 금융기관의 상품이라고 해서 모두 다 보호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즉 예금, 원본보전 금전신탁, 투자자 예탁금, 보험계약 등은 보호되지만, 운용실적에 따라 지급액이 변동되는 투자상품 및 채권성격의 금융상품 등은 보호되지 않는다.

따라서 예금자보호 대상이 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어떤 금융기관과 거래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금융상품에 돈을 맡겨두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를 들면, 증권사의 금융상품 중에도 보호대상인 상품이 있다. 여기에는 증권투자에 직접 사용되지 않고 CMA처럼 고객계좌에 현금으로 남아 있는 금액이 해당한다.

이에 반해 은행이 취급하는 상품 중에도 비보호대상 상품이 있는데,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채(RP), 수익증권· 뮤추얼펀드· MMF 등의 금융투자 상품이 그 대상이다.

이 예금자보호제도는 보호되는 한도에 따라 전액보장제도와 부분보장제도로 구분된다. 대다수의 나라는 예금의 전액을 보호하지 않고 일정액만을 보호하고 있다. 이는 다수의 소액예금자를 우선 보호함과 아울러 부실 금융기관을 선택한 예금자에게는 일정부분 책임을 분담시킨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예금자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부분보장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1996년 예금자보호제도를 도입 할 당시에는 1인당 2000만 원까지만 보호해 왔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금융거래의 안정성 보장을 위하여, 2000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예금 전액을 보장하였다.

그러다가 2001년부터는 다시 부분보호제도로 환원되었다. 즉 2001년 1월1일 이후 예금보호 대상 금융기관이 영업정지, 인가취소 등의 보험사고가 발생해 파산할 경우, 보험금지급 공고일 기준의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하여 금융기관별로 1인당 최고 5000만 원까지 예금을 보호하고 있다.

한편, 예금보험금이란 예금보험에 가입한 금융회사가 예금의 지급정지, 영업 인· 허가의 취소, 해산 또는 파산 등 보험사고로 인하여 고객의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해당 금융회사를 대신하여 지급하는 금전을 뜻한다. 예금보험공사는 1997년 11월 공적자금 지원을 시작으로 2014년 말까지 총 35.5조원의 예금보험금을 지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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