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한반도 위기, 어디까지 가나

입력 2017-07-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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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얼마 전 북한이 발사한 것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었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미일 3국의 입장이 다르지만, 북한 스스로 ICBM이라고 주장하는 상태라 이 부분에 대한 주변국들의 의견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북한의 행위를 한반도 주변국들이 제각각 해석하는 이유는 각국이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탄도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가 하는 부분과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는가 하는 부분은 중요하다. 만일 북한이 탄도의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면,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ICBM을 보유한 국가가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를 완전히 바꾸는 ‘일대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게임 체인저’라는 용어를 쓴다. 북한이 ICBM을 가졌다고 할 때, 지금까지의 국제 관계 특히 북한의 핵 문제와 남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이런 용어를 쓴다는 것이다. 달라질 국제 환경 중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남북 관계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만을 고집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화 제의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북한이 과연 이런 대화 제의를 받아줄지는 미지수이다. 북한의 관심은 오직 미국에만 집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체제 유지에 성공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개발은행과 국제사회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자금을 얻어낼 수 있다고 계산할지도 모른다. 자금의 규모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의 최대치를 훨씬 넘는 수준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대화 제의를 무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원한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심히 어리석은 자세이다. 왜냐하면 ICBM과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대화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의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ICBM을 보유하고, 핵무장을 한 북한을 미국이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 일단 일본의 핵무장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수 있고, 다른 국가들의 핵무장을 막을 명분마저 없어져, 그야말로 핵무기가 난립하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

핵무기의 가장 중요한 면은 ‘특정 국가의 핵무기가 통제 가능한가’이다. 이 문제는 과거 소련이 붕괴됐을 때, 우크라이나에 배치됐던 핵무기가 세계의 골칫거리로 등장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무장과 ICBM 자체를 절대 좌시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의 형국은,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지만 북한은 이런 제안에 별 관심이 없다. 북한은 대신 미국과의 대화를 원하지만, 정작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지금의 한반도 문제가 상당히 심각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갖고 있다면, 어느 정도 지금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존재는 없고,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 간의 치킨게임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한마디로 지금 한반도의 위기 상황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 위기에 무뎌진 국민들도 많지만, 지금의 상황을 과거와 비교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의 위기를 충분히 인식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정부에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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