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정부가 요청한 신고리 5ㆍ6호기 공사 일시중단 안건을 13일 이사회를 열어 처리하기로 했다. 이사회 구성을 감안할 때 13명 이사 중 7명 이상 찬성 시 건설이 일시 중단된다.
다만, 노조와 일부 지역 주민들이 이사회 개최를 저지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위법 논란이 거센데다, 구체적인 보상 계획도 마련되지 않아 후폭풍이 일 전망이다.
13일 한수원에 따르면 이사회는 이날 경주 본사에서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추진 기간 중 공사 일시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한수원 이사회는 이관섭 사장, 남주성 상임감사위원, 전영택 기획본부장, 전휘수 발전본부장, 윤청로 품질안전본부장, 이용희 사업본부장을 비롯한 상임이사 6명과 외부에서 추천받은 비상임이사 7명 등 13명으로 구성됐다.
이사회는 지난 7일에 이사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공사 중단 여부에 대해 공론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의 이번 결정을 두고 위법 논란도 거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신고리 5ㆍ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 협조 요청을 한 것이 위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에너지법 제4조는 에너지 공급자인 한수원이 국가에너지 시책에 적극 협력할 포괄적인 의무가 규정돼 있다”며 “한수원이 공기업이라는 특수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법무실은 산업부의 요청에 대해 “법률상 ‘행정지도’로서 이에 따라야 할 법적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권고적 효력은 있다”고 봤다.
산업부는 일시중단 요청이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한수원은 이런 요청이 위법은 아니더라도 법적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에 반대하는 주민과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이유로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원자력안전법 제17조에 따르면 원전 건설 일시 정지와 취소 결정 권한은 원안위가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추후 관련업체들의 무더기 손해보상 소송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수원 노동조합은 이사회 원천 봉쇄를 예고했다. 한수원 노조는 “회사가 물리력을 동원해 노조의 저지선을 뚫고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을 잠정 중단한다면 이사회 의결 무효 또는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을 포함한 모든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론화 기간인 3개월간 피해 규모는 인건비 120억원을 포함해 1000억 원이 될 것으로 한수원은 추산하고 있다. 신고리 5ㆍ6호기가 완전히 중단되면 피해액이 12조6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작업 중단 이후 현장 근로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은 임금 보전과 일자리 승계 대책 등을 촉구하며 대규모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신고리 5ㆍ6호기 공사 관련 협력업체 수는 현재 1700여곳이며 현장 인원은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주민들의 반발에도 이날 한수원 이사회는 예정대로 열려 공사 일시 중단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6명의 상임이사가 모두 한수원 내부 임원으로 공기업 특성상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표를 던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공사 중단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외부인사로 구성된 비상임이사 7명 중 한 명만 찬성표를 던질 경우 과반 찬성으로 공사가 일시 중단된다.
한수원 노조는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결정이 내려질 경우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한수원은 내부 법률 검토 결과 “이사회에서 결의하더라도 이사진의 책임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