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울고 싶은데..."
미국이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요구하자 자동차와 철강업계가 당혹감을 드러냈다. 우리 정부는 당장 개정 협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관련업계에서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자동차와 철강을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 사례로 지목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상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신임 장관이 아직 취임하지 않는 등 우리 정부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자동차 및 철광업계는 미국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특별공동위원회 개최 요구에 대해 "당황스럽다"고 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들은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무리한 요구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자동차의 경우 가뜩이나 대미 수출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 협상까지 이뤄지면 어떤 식으로든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154억9000만달러로 미국의 한국차 수입액(16억8000만달러)의 9배에 달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금액을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실제 지난 5년간 한국차의 대미 수출은 연평균 12.4% 느는데 그쳤으나 미국차의 한국 수출은 연평균 37.1% 증가했다.
특히 관세가 완전 철폐됐던 지난해의 경우 한국차의 미국 수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10.5% 떨어졌으나 미국은 37% 증가했다. 오히려 미국이 한미FTA 수혜를 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FTA 체결 이후 한국산 자동차 미국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수입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더 암담한 상황이다. 이미 미국정부는 지난 3월 포스코 후판에 11.7%의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를, 4월에는 현대제철 및 넥스틸의 유정용강관에 각각 13.8%, 24.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달 중에는 수입산 철강이 자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발표할 예정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미 수출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