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기업들이 글로벌 메이저 종자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면서 중국발 식량전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910억 달러(약 103조4400억 원)를 들여 농업과 화학, 식품 등 약 300개 식량 관련 기업을 인수했다고 13일(현지시간) CNN머니가 금융정보업체 딜로직 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여기에는 중국화공집단(켐차이나)이 2주 전 마무리한 440억 달러 규모 스위스 농약·종자업체 신젠타 인수가 포함됐다. 켐차이나 인수는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또 다우케미컬은 전날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농업펀드에 브라질 옥수수 종자와 관련 리서치 사업을 11억 달러에 넘겼다.
중국 정부는 14억 명에 육박하는 자국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농업 경쟁력을 키울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점점 더 많은 중국인이 육류를 찾고 있다. 이런 수요에 부응하려면 사료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 중국은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중국의 경작법은 이미 구식이어서 낮은 수확률도 문제다.
브렛 스튜어트 글로벌애그리트렌즈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선진농업 노하우를 얻어서 자국의 수확률을 개선하고 싶어한다”며 “최근 움직임은 중국이 식량 자급자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역만으로는 필요한 식량을 다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국가가 식량 부족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려 한다. 그러나 중국은 1950년대 후반 마오쩌둥의 대약진 운동 기간 심각한 식량 부족을 겪었기 때문에 이 문제에 특히 민감하다. 이 기간 기근으로 수천만 명이 사망했으며 중국에서 이는 금기시된 주제로 남아 있다.
중국의 탐욕적인 식량 관련 M&A에 세계 각국은 어떻게 대응할지 새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로버트 베일리 식량안보 전문가는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일어날 때 식품공급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각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많은 중국 기업이 정부 지원으로 식량사업을 사들이고 있다. 만일 식품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 이들이 기존 공급계약을 지키는 대신 식품을 자국으로 들이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 등도 글로벌 식품공급망 관련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그러나 베일리는 “이들이 중국처럼 세간의 이목을 끌 정도로 행동하지는 않았다”며 “중국이 해외에서 더 많은 농업자산을 사들일수록 다른 나라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