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등에서 이야기하는 로봇 반란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근거가 없거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다만 정부와 대중은 폭발적인 힘을 가진 기술인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규제하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해야만 한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는 13일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지나 공포가 아닌 이해에 기반한 AI의 규제가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AI를 규제하는 데 있어서 이해에 기반을 둬야지, 무지나 공포에 기반을 두면 AI에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잠재력도 있는데 이런 잠재력을 잃게 된다”라며 “다만 무서운 것은 AI와 로봇이 소수의 인간에게 엄청난 힘을 주고 인류 대부분은 힘을 뺏기게 되는 경우”라고 강조했다.
결국 사람의 욕심에 의해 권력이 극소수의 엘리트에게 집중하는 현상을 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하라리 교수는 “컴퓨터가 의식을 가질 수 있느냐의 문제는 전혀 진전이 없다. 로봇이 의식과 욕망, 감정을 얻게 돼 인간을 죽이려 하는 ‘로봇 반란’은 확률이 거의 없고 아직은 그런 걱정을 하기에는 이르다”라고 말했다.
하라리 교수는 최근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AI와 생명공학이 합쳐졌을 때 경제 전체가 완전히 바뀌는 것은 상당히 가능성이 큰 아이디어”라며 “20년 정도 지나면 모든 경제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 때문에 정부나 국가가 이런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충분한 논의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면서도 “그러나 이런 일을 자유시장에 맡길 수만은 없다. 자유시장은 자기 시장을 위해 작동할 뿐, 사람에게 무엇이 최선인지를 고려해 작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사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현재로는 “답이 없다”고 했다. 다만 미래를 맞이할 세대에게 어떤 구체적 기술이나 정보보다는 변화하는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최선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하라리 교수는 다음 책의 계획에 대해 “좀 더 봐야겠지만 ‘사피엔스’에서 과거를, ‘호모 데우스’에서 미래를 다뤘으니 다음 책은 현재에 대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