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애플과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등 IT 기업 빅5가 새로운 과점 시대를 열었다. 이들 빅5는 데이터를 독점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금과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지난 4월 뉴욕증시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을 이들 빅5가 독차지한 것은 새 과점 시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였다. 빅5의 총 시총은 지난 1년간 약 40% 증가하면서 한때 2조8000억 달러(약 3185조 원)까지 치솟았다. 단순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는 세계 5위 경제국인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웃도는 수준이다.
도약의 원천은 바로 ‘디지털 시대의 석유’로 불리는 데이터 독점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석유산업에 있어서 원유를 정제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듯이 5개 IT 거인들도 데이터를 분석해 가치를 창출한다.
구글은 미국 인터넷 검색시장 점유율이 현재 70%에서 2019년 8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 디지털 광고비용의 60%가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향했다. 페이스북은 구글과 더불어 광고시장을 장악하면서 순이익이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와 맞먹고 있다.
하드웨어 판매가 중심이었던 애플도 변하고 있다. 스위스 픽테자산운용은 “애플은 앞으로 소프트웨어에서도 막대한 돈을 벌 것”이라며 “고객들은 사진과 일정을 모두 관리하는 애플에서 도망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이 지난달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즈마켓을 인수한다고 밝히자 영국 테스코와 호주 울워스 등 전 세계 메이저 소매업체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전통적인 소매업체들이 아마존에 의해 멸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
빅5의 순이익은 오는 2020년에 총 1688억 달러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데이터 가치 창출의 열쇠가 되는 인공지능(AI)에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면서 말 그대로 인재도 독점하고 있다.
AI에서 핵심으로 자리잡은 것이 바로 인간의 두뇌를 흉내 내 기계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딥러닝’이다. 딥러닝의 창시자로 꼽히는 캐나다 몬트리올대학의 요수아 벤지오 교수는 “전 세계에 이 분야 연구자로 꼽을만한 사람은 1000명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중 구글이 2014년 인수한 영국 딥마인드가 250명을 보유하고 있다. 딥마인드는 이세돌을 이긴 것으로 유명한 ‘알파고’를 개발한 AI 벤처다. 페이스북은 뉴욕대학의 딥러닝 전문가인 얀 르쿤 교수를 AI 관련 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이런 과점에 투자자들이 빅5로 몰리면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이런 과점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철퇴를 맞았다. 20세기 초 미국 통신 대기업 AT&T는 8개사, 록펠러 가문의 석유회사는 30개 이상으로 각각 분할됐다. 과점은 제품 가격 상승이나 서비스 저하 등 소비자 불이익을 초래하기 때문.
그러나 IT 빅5에 대해서는 칼날을 대기가 어렵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IT는 무료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가격 상승 위험이 적다. 또 기지국과 석유 이권 등 눈에 띄는 유형자산도 갖고 있지 않아 분할을 강요하는 것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