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잡담] 퀴어축제, 성소수자 부모들의 '프리허그'가 말해주는 것

입력 2017-07-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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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인스타그램)
(출처=인스타그램)

“어서 와요~ 잘 왔어요. 힘내세요!”

두 팔 벌려 웃으며 낯선 사람을 안아주는 이들. 밝은 표정으로 와락 안기는 여성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며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요. 쭈뼛거리며 안겨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뜨리는 남성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함께 울먹이기도 하죠.

지난해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진행한 프리허그 행사입니다. 프리허그를 진행한 이들은 바로 성소수자를 자식으로 둔 부모들입니다. '엄마'에게 안긴 이들은 대부분 퀴어축제에 참가한 성소수자들이었고요.

한 매체가 서울에서 열린 퀴어축제 현장을 촬영해 보도한 동영상 ‘엄마는 널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단다’는 50만여 명이 넘는 이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은 네티즌들의 응원 댓글도 쏟아졌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가득한 세상 속 자식들을 진심으로 위하고 보듬으려 모든 것을 딛고 저기 계신 부모님들도, 안겨서 치유 받는 사람들도 모두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hazel****
"나를 이해하는 누군가의 존재는 진짜 고마운 일이다" 이정****
"우는 사람 보니까 나도 울컥한다. 자기 부모가 혹시 나를 싫어하진 않을까,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 하는 마음은 정말 무섭고 아플듯하다" kims****
"고맙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누가 뭐래도 당당하게 혐오와 편견, 차별에 맞서서 당당하게 살겠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jame***

많은 이들을 감동시킨 이들의 프리허그. 올해도 성소수자 부모들은 내 자식과 같은 고민을 안고 아파하는 이들을 안아줄 계획입니다.14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2017 퀴어축제’에 참가하는 것인데요.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프리허그는 15일 서울시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오후 3시부터 3시 30분까지 30분 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대놓고 나서기 쉽지 않았을 그들이 퀴어축제에서 프리허그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랑합니다. 조금만 참고 견뎌요’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세상을 바꿀게. 엄마들이 세상을 바꿀게’라고 얘기해주는 거예요”
“‘나 여기 있어요’하고 다가오면 ‘그래 알아’ 하고 안아주는 거예요. 존재 자체를 알아주는 것. 그것뿐이에요. 다른 게 아니에요”

지난 7일 역삼동 구글코리아에서 ‘미운 우리 “퀴어” 새끼: 성소수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 를 주제로 열린 '퀴어토크'에서 성소수자를 자식으로 둔 한 어머니의 발언입니다. 이처럼 성소수자를 자식으로 둔 그들은 프리허그를 하는 이유로 ‘사랑’과 ‘변화’, ‘존재’를 이야기합니다.


"내 자식이어서 지지하는 것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위해 행동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성소수자 자체도 힘들고 그거로 인해서 살아가는 자체도 힘들어 보이니까.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잖아요. 전혀 생각을 못 하잖아요"
"이거는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사회의 따뜻한 시선도 있어야 할 것이고. 정책적인 틀이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들어요"
"당연히 가져야 할 것을 못 가진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깨달았죠. 나와 더불어 혹은 인간답게 사는 인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거기에 시간을 더 써야죠"

작년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펴낸 '나는 성소수자의 부모입니다' 라는 인터뷰집 내용입니다. 내 자식이 갖고 있는 아픔. 세상과 싸워야하는 힘든 상황을 이해하고 보다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가 묻어납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자식의 성 정체성에 대해 알게된 후 사회의 편견과 혐오에 맞서는 목소리를 냅니다. 인권을 존중하는, 변화된 사회로 한발짝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죠.

이런 그들의 프리허그는 비단 성소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차별과 편견으로 상처받는 다른 모든 이들을 감싸주는 위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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