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설계사들 사이에선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실업급여 수령으로 고용안정성이 보장될 것"이란 주장과 "세금폭탄으로 더 큰 손해만 보게 될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는 사측과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도급계약을 맺고 일하는 사업자 성격이 강한 근로자다. 설계사, 골프장 캐디, 레미콘 기사, 택배 기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만큼 4대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고액 연봉자이면서 업무 자율성을 선호하는 설계사일수록 고용보험 의무가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근로자로 인정되는 만큼 고소득 설계사들은 최고세율인 40%까지 소득세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설계사들은 사업 소득세 3.3%만 납부하면 된다. 이들은 근로자가 되면 출퇴근 준수 등 회사의 까다로운 노무관리를 받아야 하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저소득·저능률 설계사들은 고용이 불안하고 실업급여 수급 가능성이 높아 대체적으로 고용보험 가입 찬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소득 설계사라도 퇴직금으로 노후 보장을 하려는 사람들도 고용보험 의무 가입을 지지한다.
일부 설계사들은 고용보험 의무화가 산재보험의 경우처럼 유명무실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산재보험도 그동안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가입 의무화가 추진됐지만 사실상 자율 가입으로 후퇴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125조 4항)에 따르면 ‘이 법의 적용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적용 제외를 신청할 수 있다’고 예외를 허용했다. 이에 회사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들에게 산재보험 대신 회사가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면서까지, 민간 단체보험에 가입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이 고용보험료 등 비용부담을 과장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세중 보험인권리연대 위원장은 “비용부담이 문제라면 산재보험 대신 가입하라는 단체보험료는 보험사들이 왜 100%를 내주겠냐”며 “정작 보험사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4대보험 가입으로 설계자들이 정상적인 기업 근로자처럼 인정되고 이에 따라 추가적인 복지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1분 기준 국내 보험설계사는 전속설계사 20만8641명, 보험대리점 설계사 30만3822명(작년 말)으로, 총 51만246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