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명의 멤버로 출발한 베이글코드는 2015년 소셜카지노 게임 ‘베가스파티’를 개발해 미국 유수 퍼블리셔인 빅피시와 한국 모바일게임 사상 최대 규모의 대미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300만, 누적 매출 100억 원 이상이다. 베이글코드의 첫 번째 성공을 보고 투자자들이 모여든 덕분에 베이글코드는 올해 상반기에만 143억 원의 투자를 유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추산 상반기 투자금액 2위를 기록한 스타트업이 됐다. 말 그대로 ‘작은 고추의 저력’을 보여준 셈이다.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베이글코드의 윤일환(37)·김준영(32) 공동대표는 지난 4월과 6월 각각 캐나다와 미국에서 소프트릴리즈한 두 번째 소셜카지노 게임 ‘클럽베가스’의 정식 출시를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번엔 해외 퍼블리셔를 통하지 않고 직접 퍼블리싱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 5월에는 현지 교두보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지사도 설립했다. 이번 인터뷰는 윤 대표와 이뤄졌다.
◇한국의 ‘페이팔 마피아’를 꿈꾸며=“우리가 만든 게임으로 미국 시장에서 1등을 하고, 더 나아가 이러한 경험을 한국에서 확대 재생산해 미국 ‘페이팔 마피아’ 같은 ‘베이글코드 마피아’를 만들고 싶습니다.”
윤 대표가 밝힌 베이글코드의 비전이다. 베이글코드의 문을 연 다섯 멤버들은 창업 초부터 머리를 맞대고 ‘왜 사업을 하는가’를 함께 고민했다. 여기서 나온 답이 ‘베이글코드 마피아’다.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는 페이팔 창업 멤버들이 페이팔 이후로도 실리콘밸리 지역을 중심으로 유튜브, 테슬라 등 유수의 벤처와 벤처케피털(VC)을 세우고 촘촘한 벤처투자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베이글코드도 이들처럼 글로벌 시장을 제패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회사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에 세워질 다른 많은 회사들에 ‘베이글코드’만의 성공 DNA를 공유하고 싶다는 꿈을 세운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향한 여정에서 소셜카지노 게임으로 첫 성공을 달성했지만 베이글코드가 처음부터 게임회사였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섯 개발자 중 게임에 익숙하거나 게임을 직접 만들어본 사람이 없었다. 이들은 무슨 사업을 할지 결정하기 위해 법인 설립 전부터 웹툰 서비스를 시작으로 패션 블로그, 콘텐츠 추천앱, 소셜다이닝앱 등 다양한 실험작을 쏟아냈다. 윤 대표는 “앞으로 뭘 같이 할지 고민하면서 생각나는 건 일단 다 만들어봤던 것 같다”며 웃었다. 다양한 시도 덕에 시행착오와 경험이 누적됐다.
베이글코드가 본격적으로 시도한 첫 게임은 카카오 퍼즐게임이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당시 실시간 대전 게임의 기술적 난점을 해결한 게임을 내놨지만 이용자들로부터 수익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 패착이었다. 윤 대표는 “5만 원 이상 쓰면 더 이상 돈을 쓸 데가 없는 게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실패는 큰 자양분이 됐다. 게임 내 상점에 설치한 간단한 랜덤 슬롯머신에 이용자들이 큰 돈을 쓰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윤 대표는 “게임의 본질이 조작이나 경쟁뿐만이 아니라 ‘랜덤’에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고의 카지노게임을 위해 최고의 브레인을 모으다=‘랜덤’의 마력에 주목한 회사의 두 번째 도전은 자연히 ‘카지노 게임’으로 결정됐다. 카지노야말로 랜덤을 활용한 게임의 정수였다. 윤 대표는 “소셜카지노는 가장 미국적인 게임 장르이기도 한데,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카지노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지노는 한국인에게는 낯선 장르였다. 게임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동료가 필요했다. 팀원들은 그야말로 ‘구글링’(인터넷 구글 검색)부터 시작해 글로벌 카지노 회사 50여 곳의 리스트를 뽑고 한 곳 한 곳 전화를 돌려 협업 의사를 물었다. 몇 곳의 회사에서 회신이 왔다. 당시 신혼여행길에 올랐던 윤 대표는 경유지인 런던에서 전화로 접촉한 이들을 실제로 만나 설득했고 이후 첫 파트너십과 고용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페이팔마피아의 핵심이 인적자원에 있는 만큼 베이글코드는 전 세계의 최고 브레인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촘촘히 짜왔다. 기획자는 미국 콜로라도의 덴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샌프란시스코, 실제 작업자들은 런던에 있고, 게임 전체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팀은 서울에 있는 식이다. 그는 “현지 개발자들은 워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 등 전설적인 게임을 만들거나 미국 IGT, 호주 아리스토크랫이나 슈퍼셀, SG 등 메이저 회사 경력을 갖춘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자랑했다. 최고의 브레인을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에 모을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하다. 그는 “인재가 또 다른 인재를 데리고 들어온다”고 말했다. 베이글코드 서울 팀도 해외 멤버 못지않다. 각각 카이스트와 포스텍 출신인 두 공동 대표를 비롯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이들 학교 출신이다. 나머지 절반은 해외 유학파와 외국인들, 국내 게임 대기업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베이글코드는 현재 서울 본사 30명 직원과 함께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이스라엘 등지에 50명의 현지 멤버 등 총 80여 명의 브레인풀을 갖췄다.
세계 곳곳에 직원이 있다 보니 힘든 점도 있다. 서울 팀은 새벽에 일하는 경우가 잦다. 윤 대표는 “각 지역에서 콘퍼런스콜을 하려면 서울은 새벽이기 일쑤”라며 “국내 개발사들은 언어나 시차 문제 때문에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지만 미국, 유럽과 이스라엘 등에서는 이미 이런 식의 개발이 굉장히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어는 가볍고 튼튼하게 가져가고 확장이 필요한 부분은 외부 리소스를 적절히 활용하는 운영 방식을 택했다”며 “게임 개발은 인력 유출입이 잦은 직종이지만 코어팀이 탄탄하게 짜인 우리 회사는 최근 2~3년 이직자가 없는 진기록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앞으로 베이글코드는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우선 이번에 출시할 클럽베가스를 잘 만들어 좋은 LTV(수명 가치, Lifetime Value)를 기록하는 것이 목표이고, 카지노 게임의 포뮬라를 잘 만들어 장르 1등을 찍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 시스템을 글로벌 환경의 협업에 더욱 적응시켜 해외 작은 개발자 그룹들과 연계를 증대할 것”이라며 “미국에 이어 동유럽이나 호주에도 지사를 세우는 방안을 고려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해외 곳곳의 스튜디오들을 클러스터로 묶어내는 형태로 성장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