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에서라도 거리를 지나다 보면 어김없이 간판에 ‘원조(元祖)’, ‘할매’ 등의 말이 쓰여 있는 경우를 발견하곤 한다. ‘원조 해장국’, ‘할매 순대’, ‘원조 족발’ 등이 바로 그런 예들이다.
그만큼 자기네 음식점이 오래되었고 그 분야에서는 본래부터 다른 집과는 비교될 수 없는 정통성을 갖고 있음을 선전하기 위해서 그런 간판을 내건 것이다. 즉 할머니 때부터 해온 전통이 있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할매’ 혹은 ‘할머니’라는 말을 사용하고, 그 요리의 원래 조상이라는 뜻에서 원조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다.
사전은 원조(元祖)에 세 가지 뜻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첫 대의 조상 ?어떤 일을 처음으로 시작한 사람 ?최초의 것으로 인정되는 사물이나 물건 등의 뜻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뜻풀이 말미에는 시조(始祖) 혹은 창시자(創始者)로 순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간판에서 흔히 보는 ‘원조’라는 말은 ‘시조’, ‘창시자’라는 의미인데 과연 그 가게가 그 음식의 창시자였을까? 당연히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국에 웬 순댓국, 해장국 창시자가 그리도 많으며, 족발이나 순두부 요리 창시자가 그다지도 많겠는가? 말을 남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이다. 명(名)과 실(實)이 상부하지 않는다. 절제해야 할 부분이다.
간판에 그 가게의 창업자일 것으로 생각되는 할머니나 할아버지 사진까지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서양에서 주로 사용하는 ‘since’의 의미를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진을 들이대어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창업자이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기보다는 얇은 장삿속의 노출인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할 때가 있다. 유폐 아닌 유폐를 당한 채 사는 노인이 많은 우리 사회에 유독 손님을 끌기 위한 간판에서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빛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