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원대 회계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재호(62)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이재영 부장판사)는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사장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대우조선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 씨에게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고 전 사장에게 2013~2014년도 회계사기를 묵인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 전 사장이 2012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대표이사를 하면서 대우조선의 상황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았고 경영에도 직접 관여해왔다"며 "말단 직원도 경영상황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우려를 표명했는데 고 전 사장만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고 전 사장이 결산 시 해양 프로젝트에 대한 대규모 손실이 반영되지 않았음을 인식하고도 이를 승인하는 등 허위 재무제표 작성에 관여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의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고 전 사장의 회계분식 규모는 영업이익 기준 1조8624억 원"이라며 "고 전 사장의 범행으로 대우조선에 대출해 준 금융기관은 물론 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고 전 사장은 2012~2014년 해양플랜트·선박 사업 등에서 예정원가를 줄이거나 매출액을 과대 계상하는 방식으로 순 자산 기준 5조7059억 원대 회계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고 전 사장은 회계사기로 얻은 신용등급을 이용해 약 21조 원 상당의 사기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은 고 전 사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