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는 그동안 기관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하려면 증권사나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주식을 직접 빌리는 신용 대주거래를 해야 하는데, 그 조건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목과 물량이 매우 제한적이고 빌릴 수 있는 기간도 최대 60일밖에 되지 않는다. 또 대주 상한이 3억 원으로 정해져 있고 빌린 주식만큼의 현금을 담보로 잡혀야 하기 때문에 전체 공매도 거래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원성이 극에 달하면서 개인의 공매도 거래의 범위를 넓히는 다양한 방안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단됐던 대주거래가 보완을 거쳐 속속 재개되기 시작하면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존에는 금융투자협회의 통합 표준 약관에 따라 대주거래가 가능했지만, 증권사의 개별 약관으로 바뀌면서 증권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개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의 약관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최근 교보증권·키움증권이 대주거래 약관 개정 등 보완 작업을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KB증권·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아직 대주거래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거래 가능 종목 등을 검토한 후 향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공매도 거래 수요에 맞춰 개인에게 직접적인 공매도 투자의 길을 열어준 상품도 등장했다. NH투자증권이 내놓은 ‘QV아이셀렉트 롱숏플랫폼200’은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 대상을 선택해 투자원금의 100%까지 대차 매도할 수 있다. 즉 투자원금의 100%까지 레버리지를 일으켜 50대 50 비율로 ‘롱(long)’, ‘쇼트(short)’ 투자를 하면 NH증권에서는 이를 기초로 ELS 등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ELS라는 형식 때문에 수익에 대해서는 배당 소득세(15.4%)를 내야 하지만, 기관투자자와 동일한 조건에서 공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입 시 선취 수수료(0.5%)를 내야 하고, 대차 수수료(1.5~10%)와 거래세 등도 투자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태윤 NH투자증권 대안상품개발부장은 “공매도 플랫폼을 통해 이제 개인도 헤지펀드와 같은 무대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상품을 통해 하지 못하는 거래는 기관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개인이 기관투자가의 자격으로 참여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