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 16일 일본의 ‘TV아사히’가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29.2%까지 하락했다. 6월의 여론조사보다 8.7%포인트나 하락했다. ‘위험 수위’로 불리는 30%를 밑돈 것은 2012년 12월의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처음이다. 한국 측에서 보면 이상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계속했던 아베 내각 지지율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람은 54.5%로, 지난번보다 12.9%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런 지지율 급락의 원인은 아베 총리의 스캔들, 특히 가케(加計)학원의 수의대 개설 문제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가케학원의 수의대 개설 허가에 부당한 권력이 개입되었다는 혐의가 해소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4%에 이르렀고, 76%에 달한 일본 국민들이 아베 총리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일본 국회는 6월에 일단 회기를 마쳤으나, 회기 외에서도 아베 총리에 대한 집중심의를 해야 한다고 야당 특히 민진당이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 자민당은 일관되게 아베 총리에 대한 집중심의에 반대해 왔다.
그런데 내각 지지율이 급속히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위기감을 느낀 아베 총리가 자민당의 방침과는 반대로 본인이 집중심의에 응하겠다고 야당 측에 전달했다. 자민당이 반대하고 있는데, 아베 총리가 독자적으로 심의에 응하겠다고 야당 측에 전달해 당내에서 혼란이 야기되었다. 그 배경에는 집중심의를 둘러싸고 당내에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베 내각이 2012년 12월에 발족한 이래 이런 당내 혼란은 처음 있는 일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집중심의에 응하고 총리가 국회에서 정중하게 설명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라는 적극론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의혹을 부인해도 탁상공론(卓上空論)이라고 하여 의혹이 오히려 커질 우려가 있으니 총리는 집중심의에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소극론이 맞서고 있었다.
이런 적극론과 소극론이 당내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 내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었다. 이런 양상은 지난 4년 반 동안 계속된 아베 정권에서는 없었던 좌충우돌의 연극 같아서 가케학원 문제에 대해 여당과 정부가 매우 신경질적인 대응을 한다고 많은 일본 국민들이 지적한다. 이로 인해 출범 이후 처음으로 아베 정권과 자민당이 정권 유지에 대한 위기감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아베 정권의 간부들이 “싹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8월 3일로 예정된 개각이다. 그동안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 등이 국회 답변이나 선거 유세에서 있을 수 없는 실언을 거듭해서 야당과 국민들로부터 심하게 비판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그러므로 아베 총리는 주변에 “안정감이 있는 내각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 등은 유임될 방침이라고 알려지면서 일본의 분위기를 크게 바꾸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주류이다.
그러므로 여당 내에선 벌써 “파격적인 인사가 아니면 지금의 난국을 극복할 수 없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중심의와 개각을 통해 아베 총리가 자신이 장기집권을 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라가게 된다. 전술한 TV아사히의 여론조사에서 8월 3일 개각에 “기대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38%였던 반면,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54%에 달했다.
한편 가케학원 스캔들에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가케학원과 함께 수의학부 신설을 계획한 교토산업대학이 7월 14일 수의대 신설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교토산업대학은 교원 확보 등을 위해서는 개학까지의 준비 기간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포기의 이유로 들었다. 이런 과정에서 아베 정권이 가케학원에만 수의대 개설 허가가 내려질 정확한 시기를 알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자민당의 차기 총재 후보 중 한 사람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당이 먼저 아베 총리가 집중심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하자마자 총리 스스로 그것을 급반전시킨 것은 자민당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총리를 비판했다.
이번 아베 총리의 스캔들과 대응 자세를 둘러싸고 이미 2018년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이시바 전 간사장 외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아베 총리의 3선이 거의 어려워졌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