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제패에 시동

입력 2017-07-19 09:26 수정 2017-07-1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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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올해 8건 해외 자동차 업체 인수·투자

중국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제패하고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 기업들이 자동차 제조·부품 등 자동차 산업에 전방위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올 상반기 중국 기업들은 자동차 제조 및 부품과 관련해 8건의 굵직한 해외 투자를 성사시켰다. 총 55억 달러(약 6조1847억 원) 규모의 투자를 했는데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총 9건의 해외 투자가 성사된 것을 고려하면 속도가 두 배는 빨라진 셈이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업체는 외국의 소규모 자동차 제조업체나 부품 공급업체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특히 미국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지리자동차다. 지리자동차는 지난 2010년 스웨덴 자동차기업 볼보를 15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 뒤 2015년 볼보를 앞세워 미국 공장에서 지리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오하이오 주 리지빌 지역에 5억 달러를 들여 새 볼보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공장 채용 인원은 2000명으로 추산된다.

볼보를 인수한 지리자동차는 지난 5월 영국의 스포츠카 업체 로터스를 인수해 주목을 받았다. 지리자동차는 로터스의 모기업인 말레이시아 국영자동차 업체 프로톤 지분 49%를 사들이기로 하면서 로터스의 지분도 매입하기로 했다. 프로톤은 한때 말레이시아의 ‘국민차’로 불렸던 만큼 이를 인수한 지리자동차는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기반을 다지게 됐다.

최근 지리자동차는 플라잉카를 제조하는 미국 기업까지 집어삼켰다. 지난 2일 지리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엔지니어 5명이 2006년 설립한 플라잉카업체 ‘테라푸지아’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테라푸지아의 연구·개발(R&D) 부문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두고, 생산 공장은 중국에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지리자동차는 테라푸지아를 인수해 플라잉카 출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얼마 전 파산보호를 신청한 일본 자동차 에어백 제조사 다카타는 중국 닝보조이슨전자의 품에 안길 예정이다. 다카타는 2015년 에어백에서 금속 파편이 튀어 사망 사고가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1억 대의 리콜을 했다. 1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쉽사리 경영을 재건하지 못하다 결국 지난달 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파산한 다카타는 닝보조이슨전자의 자회자인 키세이프티시스템스(KSS)에 팔리게 됐다. 인수가는 15억9000만 달러다. 닝보조이슨전자의 첸 양 이사는 “중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우리는 관련 정부 부처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외국 업체를 인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설팅기업 던오토모티브의 마이클 던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세계 자동차 산업의 1인자가 될 수 있다는 근거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여타 자동차 제조업체들보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신중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부가 지원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다. 던 CEO는 “중국이 자동차 산업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중국 인터넷 업체 텐센트도 지난 3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지분을 5% 매입했다. 텐센트는 인터넷 업체이지만 차량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지도 등에 투자해오고 있다. 또 중국의 신생 전기차 업체인 퓨처모빌리티를 지원하며 스마트카 개발에 발을 담갔다. 여기에 테슬라 지분을 인수하자 커텍티드카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중국이 자동차 산업에 대거 투자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닝보조이슨전자의 첸 양 이사는 “중국에는 세계적인 완성차 제조 업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즉 해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사들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번스타인리서치의 로빈 쥬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도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해외 업체 인수를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앞서진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에서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와 같은 기업이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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