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글로벌 시장에서 유럽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은 급증한 반면 미국증시에서는 이탈했다는 집계가 나왔다. 프랑스 대선에서 중도보수를 주장하는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된 이후 투자 자금이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데이터제공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최근 일주일새 유럽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해외자금은 30억 달러에 달한다고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유럽 주식형 펀드에 투입된 자금은 26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로존 디플레이션 공포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1000억 달러의 자금이 유럽증시를 빠져나간 것과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8억4000만 달러가 빠져나갔으며 이에 올들어 이탈된 자금 규모는 2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주식형 펀드는 5주 연속 자금이 이탈됐다.
이렇듯 글로벌 자금의 흐름이 변한 것은 지난 5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한다. FT는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이 승리한 이후 유럽증시에 실탄이 공급되고 있는 반면 미국 증시로 이어지던 시장의 관심이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 들어 유럽에서는 극우 포퓰리즘이 세를 키워나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됐으나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이 기선제압에 성공하면서 정치적 리스크가 줄어들어 유럽시장의 매력을 키웠다.
무엇보다도 유럽증시에 투자금이 몰리기 시작한 원인은 이 지역의 빠른 경기 회복세다. 최근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나가기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경기 회복세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러한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금융주나 원자재 관련 종목들이 이달 들어 범유럽증시인 스톡스600지수에서 헬스케어나 유틸리티 종목 상승세를 웃돌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증시는 지난 한 달간 미국 S&P500지수 상승세에 뒤처지지만 최근 유로가 강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실제로 달러로 환산하면서 지난 한달간 프랑스증시 CAC40지수와 스페인의 아이벡스35지수 모두 미국 증시 상승세를 앞선다. 독일 DAX지수의 경우 미 증시보다 0.1%P 밀린다.
하지만 미국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호도는 여전히 높다. 특히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S&P500 IT 지수는 이번 주 닷컴버블이 정점이었던 2000년대 찍었던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