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 글로벌 투자은행 최고경영자(CEO)간 연봉 양극화가 선명해졌다. 월가의 대표 은행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가 ‘트럼프 효과’를 독차지한 결과라고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작년 11월 9일 트럼프가 대선에서 당선된 것은 미국 은행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트럼프가 내건 금융 규제 완화 정책이 기대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010년 버락 오바마 전 정권이 만든 금융감독개혁안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월가를 옥죄는 규제책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작년 11월 셋째 주부터 12월 마지막 날까지 약 24% 상승했다. 반면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작년에만 23.5% 하락했다.
월가 대형은행의 주가가 뛰면서 CEO 연봉도 덩달아 증가했다. FT와 경영데이터 분석기관 이퀼라가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20개 대형 은행의 CEO 평균 연봉은 1250만 달러(약 139억8750만 원)로 2015년 1420만 달러보다는 낮았다. 그러나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작년에 보너스와 성과급을 합쳐 총 2820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2년 연속 글로벌 은행 CEO 중 ‘연봉킹’ 자리를 차지했다. 2위는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CEO로 그는 작년에 2250만 달러를 받았다. 2013년과 2015년에 최고 연봉을 받은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는 작년에는 2230만 달러를 받으며 3위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헌 CEO는 2015년 대비 연봉이 23% 상승해 2000만 달러를 받았다.
‘트럼프 효과’를 보지 못한 유럽 금융권 CEO들의 평균 연봉은 850만 달러로 미국 금융권 CEO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럽 은행 중 시가총액 3위인 BNP파리바자산운용의 장-로랑 보나페 CEO는 작년에 450만 달러를 받으며 글로벌 은행 CEO 중 ‘연봉 꼴찌’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적은 연봉을 받은 CEO는 도이체방크의 존 크라이언 CEO다. 그는 520만 달러를 받았다. 크레디트스위스의 티잔 티암 CEO는 보너스를 삭감하라는 주주들의 원성을 받아 애초에 받기로 한 보너스에서 40%를 삭감했다. 작년에 그가 받은 총 연봉은 990만 달러다.
영국 켄트 대학교 비즈니스스쿨의 로먼 마투섹 교수는 “2007년 이후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등 노력에도 연봉 산정 방식은 달라지지 않아 매우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돈이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며 “이는 실제로 실적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막신 워터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목격했듯이 CEO가 받는 막대한 보너스와 인센티브는 국민들의 혈세가 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도드-프랭크 법의 954, 956항에서 CEO 연봉을 규제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