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당국의 해외 인수·합병(M&A) 규제 강화 배경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정부가 해외 M&A를 공격적으로 펼쳤던 다롄완다와 안방보험, 하이난항공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 것은 시 주석의 승인에 따른 것이라고 23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진핑이 승인한 규제방안 중에는 지난달 중국 국영은행들이 완다의 해외 M&A에 신규대출을 하지 않도록 한 것도 포함돼 있다고 WSJ는 전했다. 소식통들은 중국 민간기업의 해외 M&A에 대한 최고위층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타깃이 된 완다와 하이난항공 안방보험 푸싱인터내셔널 등은 정부, 공산당과의 돈독한 관계를 자랑하던 업체들이었다. 그러나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들은 이들 기업이 방만하게 돈을 빌려 실제 가치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해외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는 인식이 커졌다. 특히 중국 지도부가 올가을 5년 만다 열리는 공산당 전국대회(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금융리스크 억제를 최우선 순위로 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의 움직임은 눈 밖에 나기 쉬웠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 2015년 이후 완다와 안방보험 하이난항공 푸싱 등 4개 기업은 총 550억 달러(약 61조5000억 원)로, 중국기업 전체 해외 M&A의 18%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증시 붕괴 이후 자금유출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였는데 이들 기업이 활발한 해외 M&A를 펼치면서 이를 방해한 것이다. 이는 중국 지도부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고 WSJ는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와 외환보유고 규모를 자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기준으로 보고 있는데 완다 등의 활동으로 자금유출이 심화하면서 두 지표가 흔들렸던 것이다.
이에 중국 금융당국이 시진핑의 의도를 배경으로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는 시중은행들에 안방보험과 하이난항공 등에 실시한 대출 관련 리스크 노출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당국의 압력에 완다는 최근 부채를 줄이고자 호텔과 테마파크 등 자산 매각에 나섰다.
모든 해외 투자가 당국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의 상징적인 정책인 현대판 실크로드 ‘일대일로’와 관련된 해외 M&A는 장려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과 기타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는 계속해서 당국의 승인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