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들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고, 150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69) 전 MP그룹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없이 단독으로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을 위해 수사를 진행해 재판에 넘기는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정 전 회장을 구속기소 했다. 정 전 회장 동생 등 임직원 등 4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정 전 회장 아들인 정순민 부회장에 대해선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기소를 보류했다.
검찰 수사 결과 정 전 회장이 MP그룹 운영 과정에서 부당하게 챙긴 자금 규모는 150억 원대로 확인됐다. 그러나 정 전 회장 측은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어 향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적잖은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치즈 통행세’ 챙긴 부당이득 57억…횡령ㆍ배임 규모 156억대 = 정 전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올해 3월까지 가맹점에 피자 재료인 치즈를 공급하면서 동생 등 친인척이 운영하는 중간 업체를 반드시 거치게 해 57억 원대의 '치즈 통행세'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이에 항의하며 탈퇴한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식자재 조달을 방해하고 인근에 직영점을 보복출점하는 등 사업활동을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또한 가맹점주들의 고혈로 이뤄진 법인자금을 ‘친인척 가공급여’ 지급 등을 통해 오너 일가 부 축적 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 1월 부터 올해 6월까지 친인척 및 측근을 직원으로 허위 등재 후 29억 원의 가공급여를 횡령하고, 가맹점주들로부터 지급받은 광고비 중 5억7000만 원을 광고비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여기에 정 전 회장은 아들 정 부회장의 개인 채무 90억 원의 이자를 회삿돈으로 지급하는 등 회사에 약 36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정 전 부회장은 MP그룹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가운데 일부 워런트(신주인수권)를 지인들에게 저가로 매도해 약 25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적용됐다. 수사결과 정 전 회장이 부당하게 챙긴 자금은 156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들 장모 '사돈까지' 법인카드 지급… 상장법인 사유화 ‘호화생활’ = 검찰 수사 결과, 정 전 회장 일가 등이 상장법인인 엠피그룹 사유화를 통해 호화생활을 누린 것으로 밝혀졌다.
정 전 회장은 아들 딸, 사촌형제, 사돈 등 일가 친척 및 측근들에게 수년간 유령직원을 등재해 가공 급여를 제공하고, 법인차량, 법인카드 등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은 법인카드로 고급 골프장과 고급 호텔에서 수억 원을 무단 사용하고, 딸의 가사도우미를 해외 여행에 동반할 수 있도록 가사도우미까지 엠피그룹 직원으로 등재한 후 수년간 허위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 전 회장은 아들의 장모까지도 계열회사 임원으로 등재해 수년간 수억 원의 허위 급여와 차량을 지급했다. 아들 또한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에서만 2억원을 사용한 것도 덜미가 잡혔다.
검찰 관계자는 "미스터피자 가맹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조부 인력을 일시에 투입하는 등 속전속결로 수사를 진행했다"며 "엠피그룹 본사 압수수색 이후 14일만에 정 전 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각종 ‘갑질’ 횡포로 인한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수사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