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제네릭) 영업 전략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시장 선점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만료를 앞당기거나 특허만료와 동시에 제네릭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해 경쟁 제품보다 먼저 시장에 안착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통상 의료진들이 특정 약물의 처방을 시작하면 상당 기간 처방을 지속하는 패턴에 기반한 전략이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이나 경쟁 제네릭 제품과 효능과 안전성이 똑같은 약물이기 때문에 뒤늦은 발매는 치명적인 한계를 노출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종근당의 뒤늦은 비아그라 제네릭 발매는 5년 전 비아그라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분풀이’ 성격이 짙다.
종근당은 지난 2007년 바이엘과 업무 제휴 계약을 맺고 발기부전치료제 ‘레비트라’를 ‘야일라’라는 제품명으로 바꿔 판매하기 시작했다. 똑같은 제품을 포장만 바꿔 하나 더 허가받고 양사가 동시에 판매하는 전략이다.
종근당은 야일라를 판매하는 동안 유사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계약에 묶여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은 외면해야 했다. 종근당과 바이엘의 레비트라 공동 판매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야일라는 발매 당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IMS헬스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레비트라와 야일라는 89억원의 매출을 합작했지만 2013년에는 1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바이엘은 지난 2009년 레비트라 가격을 40%가량 인하하고 2011년에는 최초의 물 없이 녹여먹는 발기부전치료제 '레비트라 ODT'를 내놓으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종근당이 야일라의 침체를 겪는 사이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2012년 비아그라 제네릭이 발매된 이후 빠른 속도로 판도가 재편됐다. 특히 한미약품의 비아그라 제네릭 ‘팔팔’은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팔팔은 발매 직후 한미약품의 공격적인 영업과 저가전략을 발판으로 오리지널 의약품 비아그라를 위협했다. 팔팔은 지난 2013년 2분기 비아그라보다 매출을 앞선 이후 4년 동안 오리지널 의약품 비아그라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팔팔의 매출은 51억원으로 비아그라(27억원)의 2배 가량에 달한다. 제네릭 제품이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급기야 팔팔은 지난 2015년 4분기부터는 릴리의 ‘시알리스’마저 제치고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매출 1위를 지속 중이다. 팔팔이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보다 가격이 30~40%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처방량은 압도적으로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종근당 입장에선 바이엘과의 제휴 관계를 이유로 진출하지 못한 비아그라 시장에서 경쟁사가 국내 제네릭 영업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정도의 성과를 냈다는 사실이 달가울 리가 없다.
결국 종근당은 바이엘과의 판매 제휴를 청산하고 2014년 말 야일라의 허가도 자진 취하했다. 종근당이 야일라 판매를 접은 이유는 ‘시알리스’의 제네릭 시장 개방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2015년 9월 시알리스 특허만료와 동시에 제네릭 ‘센돔’을 내놓았고 효과적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지난 1분기 센돔의 매출은 20억원으로 팔팔,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에 이어 전체 발기부전치료제 중 4위에 올랐다. 시알리스 제네릭 제품 중에서도 한미약품의 ‘구구’(12억원), 대웅제약의 ‘타오르’(11억원)을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
센돔의 매출은 오리지널 제품 시알리스와의 격차가 3억원에도 못 미친다. 센돔이 시알리스의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어 센돔의 처방량은 시알리스보다 2배 이상 많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종근당은 비뇨기과 내과를 중심으로 센돔의 영업력을 집중한 결과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근당은 센돔의 성공적인 시장 데뷔를 발판으로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축적된 셈이다. 비아그라 제네릭을 뒤늦게 발매한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의 영업 타깃이 중복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종근당은 지난해 9월 비아그라 제네릭 개발을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 계획서를 승인받은 이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제네릭 출시에 성공했다.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규모는 비아그라 제네릭이 발매되기 이전인 2011년 1022억원에서 지난해 978억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저렴한 제네릭의 공세로 처방량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가장 저렴한 발기부전치료제 제네릭 제품은 1000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값싼 비아그라 제네릭 등장으로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줄어들면서 접근성도 더 높아졌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병원에 가기 두려워 음지에서 가짜 약을 환자들이 저렴한 제네릭을 처방받고 복용하면서 오남용을 줄이는데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종근당 관계자는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2016년 기준 약 1000억원으로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센돔과 센글라 두 품목의 쌍끌이 전략으로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을 석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