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융합기술원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우면동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IT 기업들의 R&D(연구개발) 연구소가 밀집한 '한국판 실리콘 밸리'로 불린다. KT 미래기술을 책임지는 융합기술원에 이달 초 인공지능(AI) 개발을 전담하는 ‘AI 테크센터’가 입주했다. AI 전문인력 100여 명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 개발을 위해 국내외 제휴사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5일 우면동 융합기술원에서 만난 김진한 융합기술원 AI테크센터장은 “AI 기술의 바탕이 되는 음성인식과 얼굴인식을 30년 전부터 연구했다”며 “근거리 음성인식 기술에서 최근에는 딥러닝을 기반으로 5m 정도의 원거리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AI가 사람과 대화할 때) 상황을 인지하고 그 상황에 맞는 답을 해주는 대화자연어 처리의 고도화 기술과 AI가 각 개개인을 인지하고 먼저 말을 걸고 각 상황에 맞게 제안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상당 수준 개발이 완료됐다”고 덧붙였다.
◇AI 개발 필수요소인 데이터 처리 효율성 높인 슈퍼컴퓨터 24시간 가동= AI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요소가 막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 즉 연산 기능이다. AI 기술 고도화를 위해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필수다. 이를 실현하려면 최고 수준의 컴퓨팅 파워가 요구된다. KT AI 테크센터는 약 72만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코어가 사용된 슈퍼컴퓨터를 구축, 딥러닝을 지원하고 있다.
오픈 R&D룸 ‘테크존’에 위치한 대형 에어컨 크기의 슈퍼 컴퓨터들은 육중한 기계음을 내면서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건물 밖 날씨는 폭염주의보가 내려 한증막이 따로 없었지만 테크존은 외투가 필요할 정도로 서늘했다. 슈퍼컴퓨터를 운영하면서 나오는 고온의 열기를 식히고 일정한 온도(18도)유지하기 위해 24시간 냉방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기존 컴퓨팅 파워로는 수많은 음성 데이터들을 학습해 성능을 개선하는 작업이 한 번에 약 일주일 정도 걸렸는데 AI 테크센터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면 동일한 학습량을 처리하는데 하루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AI 테크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퓨터는 에너지효율을 고려한 전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인 ‘그린 톱500’에서는 글로벌 10위 수준이다.
◇음성인식 오차 줄이고 욕설 분류 기술까지 가능= 슈퍼컴퓨터가 AI 기술개발의 두뇌 역할을 한다면 ‘음성 성능 평가실’은 이 두뇌를 활용해 직접 AI 기술을 테스트해보는 공간이다. 이날 찾은 음성 성능 평가실에서는 KT가 개발한 AI 플랫폼 ‘기가지니’의 음성인식 성능 향상을 위한 노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집안의 거실과 방을 본떠 만든 공간에서 기가지니의 성능 테스 진행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선 하루에 수천 건의 음성인식 시험이 진행되는데 이날은 서비스 상용화 전인 ‘AI ARS’ 기능을 시연했다.
AI ARS는 콜센터로 들어오는 고객의 요구를 인공지능이 인식해 적합한 답을 찾아내는 음성인식 기술이다. 여기에는 KT가 개발한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녹취 기술 STT(Speech to Text)와 TA(Text Analysis)가 적용됐다. 이 기술은 고객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주제와 핵심어를 추려 자동 분류한다.
음성 인식을 담당하는 류창선 KT AI테크센터 팀장은 “앞으로 콜센터에 해당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자동으로 욕설 등을 분류할 수 있어 콜센터 직원들의 감정노동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사투리까지 인식 할 수 있는 기술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제휴사와 협업 AI 생태계 구축= AI 테크센터에는 제휴사와 기술개발을 공유할 수 있는 ‘크래프트샵’도 있다. 이곳에 제휴사들은 KT가 지난달 공개한 기가지니의 개발도구(SDK)를 활용해 다양한 AI 서비스를 개발, 기가지니에 탑재할 수 있다. 간단한 서비스 개발에 2∼3일이면 충분하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AI테크센터에서 선발한 석박사 35명은 SDK를 이용해 사칙연산이나 수도 맞추기 게임 등의 AI 프로그램을 단기간에 개발을 완료했다.
크래프트 샵에선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온라인 뱅킹, 미래에셋대우의 주가조회, 114 서비스 등 40여개의 개발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케이뱅크는 하반기 기가지니로 간편 송금을 할 수 있는 ‘카우치 뱅킹’과 통장 조회 서비스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