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이슈-디젤차의 몰락]꺼지지 않는 디젤 게이트…디젤차, 시동 꺼지나

입력 2017-07-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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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사태 2년 만에 배출가스 조작 의혹…EU 환경규제 강화 속 소비자 불신 커져

디젤차는 과연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까.

폴크스바겐 사태가 벌어진 지 불과 2년. 또 다시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제기면서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 등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체들이 줄줄이 리콜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이들이 디젤차의 배기가스 정화장치와 관련해 20여 년간 광범위한 담합을 해왔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것이다. 물론 폴크스바겐, BMW, 다임러 등 이번 의혹에 연루된 업체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연이어 제기된 배출가스 조작 의혹으로 소비자 불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이 가격 담합과 관련한 조사까지 나서자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되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불안한 디젤차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 등 담합 의혹… 소비자 불신 커져 = “우리 회사의 자동차는 적용 가능한 법적 요건에 모두 부합한다.”

EU 집행위원회가 폴크스바겐, BMW, 다임러 등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디젤차의 배기가스 정화장치와 관련해 20여 년간 광범위한 담합을 해왔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들어가자 BMW가 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BMW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최고의 배기가스 처리 시스템을 제공해 왔다”며 “다른 제조업체들과 논의를 한 목적은 (유럽 기준에 맞는) 탱크 인프라를 만드는 것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BMW측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BMW를 비롯해 다임러, 폴크스바겐 등 이번 담합 의혹에 연루된 업체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극구 부인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이미 커질 만큼 커진 상황이다. 담합 이슈에 앞서 제기된 배출가스 조작 의혹 때문이다. 현재 독일 검찰은 다임러가 OM642, OM651 등 두 종류 엔진을 탑재한 벤츠 차종에 배출가스 조작장치를 설치한 의혹과 관련해 수사 중이다.

우리 정부도 다임러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과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국내에 들어온 벤츠 차량 중 조작장치 장착 여부가 의심되는 차종(47개)과 국내 판매 대수(11만 대)를 파악하고 국립환경과학원에 구체적인 조사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이에 다임러는 유럽과 한국에서 벤츠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다임러는 약 2200만 유로(약 2850억 원)를 투입해 300만 대 차량에 대한 수리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다임러 측은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며 “벤츠의 디젤 엔진에 대한 논란이 고객들에게 불확실성을 유발하고 있어 자발적 서비스 조치로 고객들을 안심시키려고 한다”고 리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외에 폴크스바겐 산하 아우디도 85만 대의 디젤차량을 리콜한다고 밝혔으며 BMW도 유로5 디젤 차량에 대해서는 자발적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부활 꿈꾸던 디젤차, 또 다시 나락으로? = 연이어 터진 이슈들로 인해 디젤차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EU는 환경 규제 위반을 엄중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디젤차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사실 디젤차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연기관차의 탄생지인 유럽에서조차 디젤차 운행 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디젤차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15년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는 이런 상황에 기름을 끼얹었다. 디젤게이트를 기점으로 유럽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디젤차의 판매량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디젤차의 대안으로 친환경차인 전기차, 하이브리드차가 각광받으며 디젤차의 수요를 계속해서 흡수하고 있다”며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빠르게 친환경차로 중심축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스웨덴의 자동차 제조업체 볼보는 지난 5월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 중 처음으로 디젤차 개발·생산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볼보의 이러한 결정은 자동차 업계에서 급진전되고 있는 디젤차에서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여전히 디젤엔진에 대한 확신을 거두지 않는 자동차 업체도 있다. 벤츠는 “우리는 디젤에 미래가 있다고 확신하며 향후 오랜 시간 동안 디젤 엔진이 활용될 것으로 믿는다”며 디젤을 꾸준히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회사 측은 “새 디젤엔진을 개발하는 데 30억 유로를 투자한 것은 그만큼 우리의 디젤엔진 기술을 믿는다는 방증”이라며 “‘디젤-하이브리드’가 보다 현실적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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