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KB금융 최대실적 ‘보이지 않는 손’ 작용했나

입력 2017-07-26 16:48 수정 2017-07-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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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지주 깜짝실적 살펴보니..KB손보 합병 과정의 '염가차익'

KB금융지주의 ’깜짝 실적’의 주된 원인이 KB손해보험 주식 매입 과정에서 발생한 ‘염가차익’으로 확인되면서 KB지주가 KB자산운용을 이용해 KB손보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춰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지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 KB자산운용, 공개매수전 KB손보 주식 매도.. 의도 논란

최근 KB금융은 올해 2분기 990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년여만에 신한지주(8920억 원)의 순익을 넘어선 것이다. KB금융이 1조 원에 가까운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KB손보 지분 취득에 따른 염가매수차익(1210억 원)의 영향이 컸다.

일반적으로 A기업이 B기업을 합병할때는 웃돈을 주게 되는데, 이를 ‘영업권’이라 부른다. 시장에서 형성된 공정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기업을 합병하는 경우다. 반대로 시장 가치보다 싸게 기업을 합병하게 되면 ’염가차익’이 발생한다.

KB지주가 KB손보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염가차익이 발생했다는 것은 KB손보 주식을 시장의 공정가치보다 싸게 샀다는 의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과정에서도 이 염가차익이 문제가 됐다. 3조원대의 염가차익이 발생하자 삼성물산 주주들이 반발했던 것이다.

문제는 KB금융이 KB손보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KB손보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KB자산운용이 KB금융의 KB손보 합병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KB손보 주식을 처분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기관투자자 사이에선 KB지주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했다. 현대증권 인수 과정에서 대주주(현정은) 주식은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한 반면, 일반주주에게는 주식교환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증권 최대주주를 거슬러 올라가면 '현대증권 최대주주→ 현대상선→현대상선 최대주주→현대엘리베이터→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현정은 회장'으로 이어진다.

대주주 주식만 비싸게 사주고 나머지는 시가로 산 셈이다. KB자산운용의 KB손보 주식매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KB자산운용이 모회사인 KB지주를 위해 KB손보 주식을 의도적으로 매도했고 그 결과 KB지주는 싼 가격에 KB손보 주식을 되살수 있었다는 것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 2015년 8월 3일자로 KB손보 주식을 5% 이상 보유하면서 KB손보 주요 주주로 등장했다. 당시 매입 규모는 309만4730주, 취득가는 2만7700원이었다. 다음날 8071주를 2만7467원에 추가로 사들여 310만2801주를 보유해 지분율 5.17%를 단숨에 확보했다.

이후 KB자산운용은 보유지분율을 꾸준히 늘려갔다. 주식 보유비율은 △2015년 8월 6.27% △2015년 11월 30일 7.29% △2016년 1월 31일 9.58%까지 확대했다. 그리고 약 4개월 뒤 현대증권이 KB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KB손보의 완전자회사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 무렵부터 KB자산운용은 10% 가깝게 보유했던 지분을 팔기 시작했다. 2016년 8월 31일 7.99%(1.59%포인트↓)를 시작으로 6.87%(2016년 10월 31일)→5.99%(2017년 2월 28일) 단계적으로 지분율을 낮췄다. 그리고 올해 5월 19일 공개매수를 통해 KB손보 전량을 모두 매도했다.

이에 대해 KB자산운용 측은 계열사인 KB손보 주식을 의도적으로 매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KB손보 주식이 부진했던 것은 새로운 회계기준 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업계에 전반적으로 나타난 공통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공시를 살펴보면 KB자산운용의 LIG손보 지분 보유비율은 2007년 7월 31일 5.64%, 2006년 12월 28일 4.80%로 각각 나타났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작년 7월부터 KB손보 주식을 매도했는데 이 시기는 KB손보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지분율도 낮추는 시기였다”면서 “그러나 작년말, 올해초에 KB손보 주가가 하락했을 때는 매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KB손보 주식을 10년 넘게 거래해왔고, 주가 하락기에 매매가 없었다는 점을 봤을 때 KB손보 주식 매도를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췄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주식교환 추진했던 KB지주, 소액주주 항의에 공개매수로 전환

KB금융이 KB손보 주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개매수 절차도 재조명되고 있다. 소액주주 측은 KB금융의 공개매수를 두고 “사투 끝에 얻은 성과”라고 표현한다.

소액주주 측은 지난해부터 KB금융이 KB손보의 주식을 하향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KB손해보험소액주주모임 대표를 맡았던 유재억씨는 KB자산운용의 매매패턴에 따라 국민연금 등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거래도 달라지는 의혹이 있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특히 KB손보가 KB금융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방식을 통해 헐값에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을 보고 주가 짓누르기 의혹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KB손보는 작년 12월말경에 650만 주를 제3자배정(대상자 KB금융)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는 2만6250원이란 낮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같은 달 초까지만해도 KB손보의 주가는 2만8000~2만9000원에서 거래됐다.

이에 소액주주 측은 올해 3월에 열린 KB손보 주주총회에서 ‘헐값 유상증자’를 찬성한 KB손보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JP모건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소액주주와 뜻을 함께 했다. 결론적으로 반대입장이 관철되지 않았지만 소액주주의 항변이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가 됐다.

시장 안팎으로 KB손보 주가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 늘자 KB금융이 어쩔 수 없이 공개매수 카드를 꺼냈다는 게 소액주주 측 주장이다. KB금융은 지난 4월 KB손보 주식 4002만7241주를 주당 3만3000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KB손보 소액주주 대리인이었던 임진성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의견을 강하게 전달해 회사가 공개매수하는 선례는 드물다”라며 “금융기관의 힘이 세 문제제기조차도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KB금융이 당시 나름의 형식 절차를 지켰다고 볼 수 있으나 사실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당시) KB손보 이사들이 KB손보의 이익이 아니라 최대주주인 KB금융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소액주주들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KB금융은 공개매수를 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KB손보 공개매수가, 순자산가치 밑돌아..KB지주엔 이득, KB손보는 헐값 매도

KB금융이 공개매수가로 제시한 금액은 3만3000원이다. 가격 산정은 전 영업일종가, 1개월간 가중산술평균종가, 3개월간 가중산술평균종가, 12개월간 가중산술평균종가에 각각 할증률을 더해 이뤄진다.

가중산술평균종가는 정해진 공식이 있으나 할증률은 회사에서 정한다. KB금융은 해당 기준에 따라 KB손보 주가를 계산하고, 여기에 최저 17.86%, 최고 24.60%의 할증률을 더해 3만3000원이란 가격을 구했다. KB금융 측은 “당시 KB손보 주가의 52주 최고가”였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고가로 포장됐던 공개매수가가 사실 KB손보 주당순자산 가치를 밑돌았다는 것이다. 작년말 기준 KB손보의 주당순자산가치는 3만6625원으로, 올해 3월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KB손보 주주의 이익을 위해 프리미엄을 더했다는 공개매수가가 주당순자산가치보다 낮게 책정된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보통 가중산술평균가격으로 공개매수를 하면 매력이 없어 회사에서 할증률을 정한다”라며 “시장의 가격을 무시할 수 없고, 만약 주당순자산에 해당하는 3만6000원대에 KB손보 주식을 샀다면 고가 매입 논란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점 때문에 공개매수가를 산정하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KB지주의 전략이 KB자산운용을 동원한 주가조작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법 테두리안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임에는 분명해보인다"며 "만약 공개매수 후 주가가 빠졌으면 KB손보 주주들은 돌이킬수 없는 손해를 보게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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