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해로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신현우(69)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항소심에서 징역 6년으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11부(재판장 이영진 부장판사)는 26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신 전 대표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모 전 옥시 연구소장 등 5명에게는 각각 징역 6년~금고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신 전 대표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봤다. "인체에 흡수될 수 있는 화학제품을 만들 때는 인체에 유해한지, 무해한지를 보다 엄격하게 살펴야 소비자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며 "피고인들의 안일한 생각으로 한 업무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게 옳다고 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화학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고도의 주의의무를 가져야 함에도 안일하게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오늘에 이르러 안타깝다"며 "피해자 수가 100명을 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사건보다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신 전 대표 등이 가습기 살균제를 인체에 유해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상당수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반면 존 리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존 리 전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관련) 보고를 받지 못했고, '아이에게도 안심' 등의 문구를 사용한 표시 광고를 알았다는 점에서도 검사의 추가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신 전 대표 등은 2000년 10월 안전성 검사 없이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들어간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 전 대표 등은 인체 안전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용기 겉면에 ‘인체 안전한 성분 사용’ ‘아이에게도 안심’ 등의 문구를 넣어 판매한 혐의도 있다. 앞서 1심은 신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존 리 전 대표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