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서도 세법개정 설전…“세금폭탄? 말도 안돼” vs “증세 말고 핀셋복지해야”

입력 2017-07-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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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논쟁’ 두 가지 시선

문재인 정부에서 단행할 첫 세법개정의 방향이 ‘부자증세’로 가닥이 잡히면서 증세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한국사회가 ‘중부담·중복지’로 가려면 불가피한 조치라는 긍정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경제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쳐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 “소득재분배 위해선 부자증세 불가피” =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증세하겠다는 정부여당안에 동조하는 전문가들은 세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178조 원보다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정권 초기에 더 강도 높은 증세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내놓고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세금은 알파와 오메가 모두 소득재분배를 위한 것”이라면서 “소득재분배를 위한 부자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가 중복지를 지향한다면, 당연히 부담도 더해야 하고, (정부·여당의 증세는) 방향이 맞다”면서도 “정권 초기에 여론 지지가 있을 때에 더 많은 증세를 해야지 세수의 자연증가분에 의존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그러면서 부자증세와 함께 보편적 증세도 일부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소득세의 경우 박근혜 정부 때 세법개정으로 면세자가 더 늘었다. 연봉 4000만~5000만 원 구간에서 면세자가 급증해 이를 원위치시킬 필요가 있다”며 “가계소득에 너무 부담되지 않도록 10만~15만 원 범위로 묶어 근로소득공제나 근로세액공제를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교수는 “이익이 많이 나는 슈퍼법인들의 명목세를 올리는 동시에 법인세를 내지 않는 전체 법인의 절반 가까이에 대해서도 비과세감면 축소나 최저한세율 인상 등을 통해서 법인세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안 교수는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 비해서 보유세에 대한 세금비율이 낮다”며 “부동산은 거래단계에서의 취득세, 등록세, 양도소득세는 줄여주되 보유세는 높여서 불필요한 땅과 건물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소득재분배를 위해선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에겐 부담을 더 지우는 정책으로 가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도 증세 없인 달성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박 교수는 우선적으로는 부자증세를 하되, 결국은 증세 대상을 보다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재인 정부는 투명하고 개혁적이고, 때로는 표를 의식하지 않고 옳은 말도 한다는 이미지인데 증세에 주저하는 건 문재인 정부의 색깔하고 맞지 않다”며 “인기를 좀 잃더라도 증세문제에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유한국당을 향해선 “세금폭탄이란 말은 세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가치판단을 준다. 자제해야 할 표현”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 “포퓰리즘 증세, 경제부작용 온다” = 정부·여당에서 ‘핀셋증세’ 혹은 명예, 사랑, 존경, 상생, 착한 과세 등으로 명명하려는 이번 증세에 대해 ‘포퓰리즘 증세’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특정 대상에 대한 법인세, 소득세 인상은 투자의욕과 근로의욕을 꺾어 경제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시각이다.

새누리당 의원을 지낸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여론조사에선 부자들 세금 올리는 데 찬성한다고 해서 여론몰이를 하면 안 된다. 굉장한 포퓰리즘 증세”라고 잘라 말했다.

나 교수는 “부자증세는 이미 미안할 정도로 많이 했다”며 “박근혜 정부 때 저소득층은 소득세율 내려주면서 부자들 소득세율 두 번 올리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도 낮추고, 대주주들 양도차익과세도 강화했다. 최저한세율도 13%에서 17%로 올렸다”며 “당시에도 부자들 불만이 대단히 많았는데, 여기서 더 올리겠다는 건 완전히 경제 말아먹으려고 작정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선진국과 달리 준조세도 많이 내서 온갖 군데에 돈을 뜯기고 세 부담이 실제로 높다”며 “이런 식이라면 거대 다국적 기업과 경쟁을 어떻게 하나. 경제가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거듭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나 교수는 면세자 비율을 낮추고, 부가가치세를 올리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소득세, 법인세 모두 면세율이 50% 육박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용기 있다면 정치적 역풍을 감수하고서라도 그것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부자 증세해서 4조 원 정도 기대된다는데, 첫해에나 4조 원이지 경제가 나빠지면 더 줄어든다”며 “부가세는 10%에서 1%만 올려도 5조 원 이상이 더 걷혀 세수 효과가 크고, 경제부작용도 덜하다. 다만 자영업자 반발을 예상해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 교수는 “정부가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 보편적 복지를 늘리지 말고, 복지야말로 ‘핀셋복지’를 해야 한다”며 “이렇게 지출을 줄이고, 그간 부자와 대기업 위주로 줄여온 비과세감면 혜택 등을 중산층과 서민에게도 좀 더 낮출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는 “현재 우리는 고소득층에 조세부담이 집중돼 있다. 중산층부터 저소득층까지는 누진체계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OECD에서도 중산층과 저소득층 사이에 누진체계를 강화하라고 권고하지만 정부가 그러한 증세는 안 한다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고소득층 과세 더 하면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화될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약화시킨다”며 “가뜩이나 부담이 집중된 고소득층에 부담을 더 가하면 우리 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조세체계도 더 왜곡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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