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아세안] 동남아 이륜차 시장, 오토바이 소리 커진 필리핀…판매 ‘급피치’

입력 2017-07-27 10:34 수정 2017-07-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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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세계 최대 中·인도시장 포화로 정체…新소비처로 아시아 신흥국 주목…필리핀·파키스탄 급성장

일본 기업들이 아시아 신흥국의 주요 이동수단인 이륜차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 이륜차 시장은 인도와 중국이 주도하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이 추격하는 구도였으나 일본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최근 들어 필리핀과 파키스탄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필리핀과 파키스탄 이륜차 시장의 급성장은 일본 혼다와 야마하발동기가 자동변속기(AT)를 탑재한 스쿠터를 투입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동안 필리핀은 1억 명의 인구를 거느리고도 이륜차 시장은 인구 9000만인 베트남의 절반 이하 규모였다. 부유층은 자동차를, 저소득층은 ‘지프니’라 불리는 승합차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7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야마하발동기가 현지에서 생산한 AT차량 ‘Mio’ 시리즈를 투입한 데 이어 혼다가 2015년 10월에 ‘BEAT’를 출시하면서 필리핀 이륜차 시장 확대에 불이 붙었다.

일본 4개사에다 대만 킴코를 합한 5개사의 이륜차 판매 대수는 2015년에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114만 대로 처음으로 100만 대를 넘어섰다. 신문은 업계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중국산까지 포함하면 170만 대에 이를 것이라며 필리핀 이륜차 시장은 세계 5위인 태국과 맞먹을 것으로 추산했다. 혼다 현지 법인의 미하라 다이키 사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늦어도 2025년에는 300만 대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경제 성장과 더불어 마닐라 등 도심에서의 교통 체증이 심각해진 것도 현지 이륜차 수요를 뒷받침했다고 전했다. 필리핀에서 이륜차는 통근 용도 외에 쇼핑이나 데이트 등 시민들의 일상에 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혼다의 경우 필리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오렌지와 핑크 등 화려한 형광색을 차체에 채용함으로써 현지인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여기에 매장 인테리어도 밝고 깨끗하게 단장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닐라 요지에 매장을 연 혼다 관계자는 “덕분에 젊은 여성 고객의 방문이 잦다”며 월 “평균 판매 대수도 43대로 이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신문은 아직까지 전 세계 이륜차 시장에서는 인도가 최대 규모이긴 하나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2016년 인도 내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9.7% 증가한 1769만 대였다. 인도 시장이 위축되는 건 소득 증가와 도시화로 자동차나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대국 중국 역시 작년 판매 대수는 12% 감소한 799만 대에 그쳤다. 인도네시아도 작년은 8.5% 감소한 593만 대로 7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동쪽에서 필리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면 서쪽에서는 파키스탄 시장이 놀라운 속도로 크고 있다. 파키스탄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500달러로 필리핀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2억 명에 가까운 인구를 보유한 데다 치안 개선을 배경으로 이륜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파키스탄의 이륜차 판매 대수는 1년 전보다 18.9% 증가한 143만 대였다.

혼다는 2018년 현지 생산능력을 2015년 대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미 100만 대의 생산 체제를 갖췄다. 현지 합작을 해소한 야마하는 2015년에 새로운 공장을 가동시켜 재진출했다. 배기량 70cc 클래스가 주류 시장이어서 125cc 고부가가치 모델로 브랜드 이미지 재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이륜차 택시 배차 앱이 보급되고 저가 차량이 택배 등 도시 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 혼다가 싱가포르 배차 앱 그랩(GRAB)에 출자해 연내에 구체적인 협력을 계획하는 등 아시아에서는 선진국에선 볼 수 없는 형태로 이륜차 수요가 지속할 것이라고 신문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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