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군함도와 유재석·송혜교·송중기

입력 2017-07-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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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왔습니다.” 유재석과 하하의 눈물은 역사의 망각과 무지를 일시에 각성시켰다. “어머니가 보고 싶어요.” “배가 고파요.” “고향에 가고 싶어요.”…. 일본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며 지하 1000m 수직 갱도, 45℃가 넘는 고온, 매캐한 공기, 생존을 위협하는 굶주림 등 극한적 상황에서 강제 노역했던 800여 조선인의 절규를 듣게 했다. 수많은 시청자가 일본 군함도(軍艦島·하시마 섬)의 아픈 역사를 2015년 9월 5, 12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흘린 눈물을 접하며 알게 됐다.

지난해 거액의 모델료를 제시한 미쓰비시(三菱) CF의 송혜교 출연 거절은 군함도에서 조선인을 강제 노역시키고 죽음으로 내몰았지만, 배상은 고사하고 사과조차 안 한 전범 기업이 미쓰비시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에게 인지시켰다. “전범 기업 미쓰비시 제의를 거부하는 훌륭한 결심을 했다는 말에 눈물이 나고 가슴에 박힌 대못이 다 빠져나간 듯이 기뻤습니다. (송혜교) 선생님 너무도 장한 결심을 해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일제강점기 강제 노역한 뒤 통한의 세월을 살아온 양금덕(88) 할머니의 한도 풀어줬다.

“‘군함도’ 출연이 한류 활동에 위험요소이고 외국 활동을 제약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저의 출연으로 영화에 관심이 있는 외국 팬들에게 군함도의 실체와 진실을 알리는 것이 제 역할인 것 같다.” 26일 개봉한 ‘군함도’의 주연 송중기는 국내 관객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 팬에게 군함도의 실체를 알리고 있다. “군함도의 진실이 다시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은 군함도에서 저지른 죄악을 공개하라”라는 중국 신화통신 보도 등 외국 언론의 군함도에 관한 관심을 이끈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가 강제 노역 조선인의 죽음과 한이 깃든 군함도를 찬란한(?) 근대화의 성전으로 둔갑시킨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도 강제 노역 생존자 육성에 귀 기울이고 조선인의 원혼을 달랜 것은 우리 정부가 아니었다. 바로 ‘무한도전’과 유재석, 미쓰비시 CF를 거절한 송혜교, 영화 ‘군함도’와 송중기 등이었다.

스타는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CF 등 대중문화 콘텐츠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스타는 지식 제공자일 뿐만 아니라 인격 형성자이며 의제 설정자다. 권력 작동이 군사력 등 하드파워에서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을 가진 스타 등 소프트파워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소프트파워’의 저자인 미국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Joseph Nye)의 주장처럼 스타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엄청난 스타 권력과 영향력을 자신의 이윤 창출에만 집중시킨다. 일부 한류 스타는 수입과 직결되는 외국 활동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독립운동 등 역사적 진실과 인물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 출연 거부는 물론이고 위안부, 독도 관련 행사 참석조차 피한다.

유재석, 송혜교, 송중기는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이들은 스타의 인지도를 의미 있는 영향력으로 활용했다.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 콘텐츠뿐만 아니라 위안부 할머니 후원 등 사적 활동을 통해 국내외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운 영향력을 발휘했다. 한 대학생은 유재석의 군함도 방송과 위안부 할머니에 관한 관심을 보고 위안부 할머니 지원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강제 노역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미쓰비시 CF를 거절하고 독립운동가 후원 활동에 적극적인 송혜교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도 못한 일을 했다며 눈물의 감사편지를 썼다.

수많은 중국, 일본 팬은 송중기의 ‘군함도’ 출연과 가슴에 단 위안부 할머니 후원 배지 때문에 군함도와 위안부 할머니의 진실에 관심을 기울인다. 유재석, 송혜교, 송중기의 아름다운 영향력의 의미 있는 증좌(證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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