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화장품업계 “사드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어휴”

입력 2017-07-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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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명동거리의 화장품 매장들은 한산했다. 손님 하나 없는 이 매장에서는 직원 세 명이 점포를 지키고 있었다. (김벼리 기자 kimstar1215@)
▲26일 오후 명동거리의 화장품 매장들은 한산했다. 손님 하나 없는 이 매장에서는 직원 세 명이 점포를 지키고 있었다. (김벼리 기자 kimstar1215@)
최근 화장품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의 ‘한한령’ 조치 이후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매출이 악화한 데 더해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마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매점 당 직원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 화장품업계 특성상 충격은 더욱 클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국내 1위 화장품업체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17.8% 감소한 1조4130억 원이었으며 특히 영업이익은 반 토막 났다. 작년 2분기 3097억 원이었던 것이 1304억 원으로 57.9% 쪼그라들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20~25% 정도가 면세점에서 나왔다”면서 “이번에 면세점 매출이 14.7% 감소했는데 이 부분이 전체 매출 감소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기자가 이날 저녁 명동거리를 돌아다녀 본 결과 화장품매장은 타업종 프랜차이즈보다 유독 한산했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그나마 많은 경우도 네다섯 명 정도였다.

작년 8월부터 M브랜드에서 일을 해왔다는 중국인 아르바이트생은 “3월 이후 손님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었다”면서 “낮 시간대에 원래 1시간에 20명꼴로 왔다면 요새는 1시간에 10명 정도 온다”고 말했다. B브랜드 직영점에서 정직원으로 일하는 이모씨는 “3월 이후 중국인이 줄어들고 일본인이나 동남아인 관광객이 늘었다”면서도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 것만큼 늘진 않았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국인 비중이 제일 크다”고 전했다.

▲명동에 있는 또 다른 화장품매장. 20여분 동안 이 점포를 찾은 손님은 단 1명이었다. 반면 직원은 8명가량 있었다.(김벼리 기자 kimstar1215@)
▲명동에 있는 또 다른 화장품매장. 20여분 동안 이 점포를 찾은 손님은 단 1명이었다. 반면 직원은 8명가량 있었다.(김벼리 기자 kimstar1215@)

그러나 화장품 업계의 문제는 현재의 매출에 그치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 ‘최저임금 16.4% 인상’이라는 위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타 프랜차이즈보다 점포당 고용 인원이 많아 인건비 비중이 높은 편인 화장품업계의 우려는 더욱 깊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업계에서는 직원과 매출이 직결되기 때문에 시급을 높게 측정하는 편”이라면서 “편의점과 달리 화장품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상품 정보나 자신의 선호를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현장에서 개인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날 명동 화장품매장에는 한산한 분위기임에도 대체로 4명에서 많게는 8명가량의 직원이 있었다. 호객행위를 하는 직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매장 안에서 진열대를 정리하거나 쉬고 있었다. 관광업의 특성상 단체손님이 몰리는 시간이 불특정하기 때문에 상시로 많은 인원을 배치하는 것이다.

F브랜드 직영점의 한 한국인 아르바이트생은 “지금 7700원 정도 받고 있다”며 “화장품 업계 전반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비례해서 임금을 올려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취재한 아르바이트생들은 많게는 7000원대 후반, 적게는 최저임금(6470원)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이는 최저시급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깨나 많은 여타 프랜차이즈업계와는 다른 점이다.

중국인 아르바이트생이 한국인과 비슷하거나 좀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것도 다른 프랜차이즈들과 달랐다. F브랜드의 또 다른 점포에서 일하는 정직원 최모씨는 “중국인 아르바이트생은 통역을 맡고 있기 때문에 한국 아르바이트생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며 “인건비 부담 면에서는 중국인 아르바이트생이 더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점포는 4명 중 2명이 중국인 아르바이트생이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업계에서는 온라인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오프라인에서 어떻게 고객과 접점을 만들어 나가느냐가 관건”이라며 “인사팀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당장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직원 수를 줄이거나 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대신 중국에 쏠려 있던 수출시장을 유럽 등지로 다변화하거나 품질 좋은 제품을 내놓는 식으로 매출을 늘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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