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2021년 리보 폐지…“350조 달러짜리 골칫거리 생긴다”

입력 2017-07-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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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금융당국이 리보(Libor·런던 은행간 금리) 교체 계획을 밝히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약 350조 달러(약 39경22525조원)가 넘는 금융 상품이 리보를 기준으로 삼고 있어 리보 폐지가 향후 금융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금융감독청(FCA) 청장은 이날 외부 연설에서 리보가 적절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오는 2021년 말까지 더 신뢰할 만한 대안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리보는 영국 런던 주요 금융기간 간의 단기자금 거래에 적용되는 이자율로 영국은행연합회(BBA)가 20개 은행을 대상으로 은행 간 차입금리 정보를 수집, 평균을 내 매일 전 세계 10개 통화에 대해 발표한다. 리보는 지난 50년 가까이 세계 금융시장 기준금리로 통할 정도로 기업대출이나 주택담보 대출, 신용카드 등 각종 금융상품의 기준금리를 정하는 데 참고하는 중요한 지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일부 금융기관과 시장 트레이더들이 리보를 조작하는 등 각종 스캔들에 휩싸였고 그 사이 리보는 벤치마크로서 시장 신뢰에 타격을 입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리보를 조작한 혐의로 트레이더들이 지급한 벌금은 90억 달러에 달한다. 이에 영국 금융당국은 리보 조작 방지를 위한 여러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과거의 위상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는 못했다.

문제는 리보가 수십 년간 금융시장에 깊이 뿌리박혀 있어 이를 교체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담보대출에서부터 학자금대출, 수만 종류의 금리 파생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금융 상품이 리보를 토대로 만들어졌고, 이 규모가 350조 달러에 달한다. 만약 리보를 대체할 새로운 벤치마크가 등장한다면 리보를 토대로 한 기존 계약은 재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또한 리보로 코드화된 컴퓨터 시스템도 전부 교체 대상이 된다. 빌 블레인 민트파트너스 자본시장·대체자산 부문 책임자는 “리보는 스왑, 대출, 변동금리 채권 업계를 뒷받침하는 금융 인프라의 일부”라면서 “모든 계약 내용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리보를 기준으로 계약을 맺은 이들에게는 골칫거리가 될 것이며 결국 금융 변호사들에게만 잔치를 베풀어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보 폐지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블레이크 그윈 네트웨스트마켓 전략가는 “새로운 벤치마크를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는 정답은 없었으며 어느 시점에서는 당국이 이를 강제할 것임은 늘 분명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리보 폐지에 따른 시장 혼선을 우려해 4~5년 유예기간을 두고 대체 금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리보 대안 금리로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지난 4월 제시한 소니아(SONIA·Sterling Overnight Index Average)가 거론되고 있다. 소니아는 파운드화 표시 무담보 시장에서 은행과 건설업계가 하루짜리 초단기 자금의 금리를 결정하는 데 이용하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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