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부인, 美 160년 전통 잡지 품었다…IT와 미디어의 어색한 동거, 왜 계속될까

입력 2017-07-3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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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 파월 잡스의 자선재단, ‘디 애틀랜틱’ 경영권 확보…첨단 기술 지닌 IT 기업, 유서 깊은 미디어업체 살리기 나서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설립자의 부인 로렌 파월 잡스가 2013년 4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밀켄 연례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로렌 파월 잡스가 설립한 자선단체 에머슨컬렉티브는 지난주 160년 전통의 미국 잡지 디 애틀랜틱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설립자의 부인 로렌 파월 잡스가 2013년 4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밀켄 연례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로렌 파월 잡스가 설립한 자선단체 에머슨컬렉티브는 지난주 160년 전통의 미국 잡지 디 애틀랜틱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설립자의 부인 로렌 파월 잡스가 160년 전통의 미국 명문잡지 ‘디 애틀랜틱(이하 애틀랜틱)’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이에 실리콘밸리 관계자들의 전통 미디어에 대한 높은 관심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는 로렌 파월 잡스가 회장으로 있는 자선재단 ‘에머슨컬렉티브’가 애틀랜틱 지배지분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G. 브래들리 애틀랜틱미디어 회장은 전날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에머슨컬렉티브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앞으로도 3~5년간 소수 지분을 유지하면서 회장이자 운영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며 “애틀랜틱은 번창하고 있다. 내 경력에 있어서 이번이 가장 중요한 결정이다. 누가 160년 역사의 미국 보물을 관리할 것인가. 나에게 그 답은 로렌이었으며 이는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옳다”고 강조했다.

브래들리 회장은 내셔널저널과 쿼츠 등 다른 애틀랜틱미디어 자산에 대해서는 경영권을 계속 갖고 있을 계획이다.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을 포함해 애틀랜틱 경영진의 변화도 없다. 인수액 등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애틀랜틱은 지난 1857년 시인 랠프 에머슨 등 보스턴의 지식인 그룹이 설립한 잡지로, ‘톰 소여의 모험’ 등을 쓴 미국 대표 작가 마크 트웨인의 작품이 여러 편 게재됐다. 로렌이 설립한 에머슨컬렉티브 역시 시인 에머슨의 이름을 딴 것이다. 애틀랜틱은 문학 잡지로 출발했지만 이후 외교와 정치, 경제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브래들리 회장은 1999년 부동산업체 보스턴프로퍼티의 설립자이며 당시 애틀랜틱을 소유했던 모티머 주커먼으로부터 1000만 달러(약 112억 원)에 유서 깊은 이 잡지를 인수했으며 2005년 본사를 워싱턴으로 옮겼다. 브래들리는 다른 미디어 업체들이 IT와 인터넷의 부상에 고전하는 것과 달리 애틀랜틱의 성공적인 디지털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틀랜틱의 지난 상반기 구독자 수는 전년보다 36% 증가했으며 현재 회사 매출의 80%가 온라인 광고와 포럼 등 지면 이외 부문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그러나 브래들리 회장은 자신의 세 아들이 미디어 사업을 잇는 것에 관심을 보이지 않자 새 주인을 모색해 왔는데 그동안 언론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보인 로렌 파월 잡스를 선택한 것이다. 에머슨컬렉티브는 이전에도 마셜프로젝트와 프로퍼블리카, 악시오스 등 언론매체에 투자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통적인 언론매체들이 자신들을 몰락시킨 주범인 IT 기업과 손을 잡는다는 것이다. 전통 언론매체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수익 모델 등이 무너졌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은 여전히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이 보유한 첨단 IT 노하우로 쇠락하는 언론매체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설립자는 지난 2013년 워싱턴포스트(WP)를 2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는 “WP가 중요하기 때문에 인수했다”며 “WP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독자들에 대한 우리의 의무는 계속해서 WP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저널리즘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베조스 인수 이후 4년 만에 WP가 완전히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페이스북의 크리스 휴즈 공동창업자는 지난 2012년 진보 성향 시사 주간지 뉴리퍼블릭을 인수했으나 회사를 디지털 미디어기업으로 변모시키는데 실패해 결국 지난해 매각했다. 이베이의 피에르 오미디야르 설립자는 지난 2014년 온라인 잡지 디인터셉트를 창간했다.

이는 실리콘밸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지난 2015년 인수했다. 마윈 회장은 당시 “IT 시대에도 신문이 지닌 콘텐츠로서의 힘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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